(시사기획 창 ‘초불확실성의 시대- 경제를 구하라’ 중에서)
제임스 로빈슨/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한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성장해 왔던 속도로 계속 성장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수출의 10%가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이었던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 그 당시에는 할 일이 많았습니다. 할 일이 정말 많았죠. 기회, 도입할 기술, 개척할 시장, 교육에 대한 투자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고 수십 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쉽게 수확할 수 있는 열매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허준영/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가장 크게 보면 이전에는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인구는 늘어나는 그런 경제였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경제 성장률은 지체되고 인구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어떻게 보면 기존에 있는 것들을 나눠 먹어야 되는 경제로 점점 경제가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규/부산 동구 범일동
"옛날에 조선방직 자리라 가지고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서부시외버스 터미널이 이쪽에 있었습니다. 부산 사람들 결혼식 한다 이러면 객지에서, 이제 터미널이 여기 있으니까. 예식장은 이제 금호예식장하고 그다음에 행복예식장, 영남예식장 7~8개 정도 됐는데. 저도 여기서 결혼식을 했는데요. 그때는 뭐 자리가 없었습니다. 예약 안 하면 진짜 결혼식을 못 할 정도로..."
결혼행진곡이 울려 퍼지던 예식장은 지금 장례식장이 됐습니다.
부산의 대표 번화가였던 동구 범일동 일대,
자리가 없어서 결혼을 못 했다던 예식장은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엔 빈집이 남습니다.
부산 영도구 영선동 주민/
"한 40년 넘게 살았어요. 1983년인가, 84년도에 왔으니까. 좋았죠. 사람도 많고. 사람도 여기 1층이 6집씩 12집이었거든요. 12집씩 그러니까 5층까지니까. 여기는 다 아파트라도 문 열고 내 집, 네 집 없이 그냥 다니면서 그렇게 동네에서 그렇게 살았죠. 애들 뭐 좋았죠, 애들도 그냥 막 여기서 뛰어놀고 그냥. 좋았는데..."
할머니는 이웃이 모두 떠난 아파트에서 혼자 삽니다.
부산 영도구 영선동 주민/
"참 슬펐어요. 이웃이 다 떠나니까 슬펐어요. 하다못해 우리 손자들까지 다 서울로 직장 생활하러 갔으니까요. 여기는 뭐 젊은이들이 할 게 없잖아요"
부산은 전국의 특·광역시 중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1990년대 388만 명에 달하던 인구는 지속적인 감소세 속에 지난해 330만 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운동장, 이제는 잡초로 뒤덮였습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전교생이 2천 명이 넘던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은 12명이었습니다.
황영희/부산 동구 좌천동
"너무 조용하고 너무 살기가 좀 그래요. 어른들만 있으니까.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아. 동네가 너무 조용해요. 인구가 없어지고 하니까 다 떠나고 지금 있어봤자 우리가 지금 제일 나이가 적은 편이야. 다 75세, 80, 85세 이런 어른들만 있니까. 할아버지, 할머니 다 혼자 사시는 분이라"
사람들이 떠나가며 생긴 빈집은 지역 사회의 힘만으론 풀 수 없는 문제가 됐습니다.
조말생/부산 동구 초량동-김진홍 동구청장
"물이 고여서 내려가는 데가 없어서"
-그건 어디에서 물이 나옵니까 ?
"이 집이 천장이 떨어졌잖아"
-저렇게 다 무너진 거 같아
"저게 떨어져서 침대 있는 데까지 들어오는 거야. 내가 우리 집 냄새 난다고 하면 뭔 냄새 나냐? 물이 고여 있어서, 물이 나가는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게 한 1,300채나 됩니다, 우리 동구에
"굉장히 많습니다"
고도성장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의 현주소입니다.
김진홍/부산 동구청장
"노인과 바다다, 이런 표현을 쓰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지자체장으로서 상당히 마음이 불편합니다마는 반대로 위기는 또 기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생활 인구라든가 정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고요"
이건 한두 개 지자체의 사정이 아닙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7%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감소는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히지만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제임스 로빈슨/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제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세계 경제사를 보면 인구 통계학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낮은 출산율은요? 한국의 큰 문제거든요. 사람들이 이전만큼 아이를 낳지 않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제 말은 선택의 문제라는 거죠. 선택의 문제이고 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출산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삶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기로 결정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제임스 로빈슨/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물결이죠. 우리는 지난 300년 동안 이러한 혁신의 물결을 목격해왔습니다. 물론 중요한 것은 모든 혁신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상과 제도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유도되어야 합니다. 그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충인/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사람들이 가기 어렵지만 위험한 상황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산악 환경에서 구조자나 해변 같은 데에서 문제가 생기는 구조자에 대해서 장시간 운용할 수 있는 보행 로봇들이 돌아다니면서 어느 정도 저희 인구 감소에 대한 부분들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발 달린 이 로봇의 이름은 라이보2입니다.
라이보2의 특기는, 장거리 달리깁니다.
로봇이 먼 거리를 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로봇의 무게가 무거워집니다.
무게 때문에 다시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먼 거리를 가기 어려워지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이충인/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강화학습이라는 기술이 보행 알고리즘에 적용이 됐는데요. 강화학습은 어떤 보상 함수를 통해서 잘했을 때 칭찬해주는 그런 느낌의 기술이 들어가는데 이 로봇은 특히 보행할 때 땅을 사뿐히 디딜수록 저희가 더 보상 함수를 그런 식으로 설계해서 사뿐히 뛰어서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걸을 수 있는 그런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로봇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24년 11월 라이보2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로봇이 됐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라이보2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두 달 전 나간 대회에선 완주에 실패했습니다.
이충인/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실험실 안과 실제 야외 환경에서는 환경의 다양성이 다릅니다. 야외에 나가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미끄러운 낙엽길도 있고 이런 다양한 환경들이 존재를 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만 측정한 주행거리만큼 달성할 수가 없고..."
성공을 위한 실패, 그 실패 자체의 가치에 주목하기 위해 이 학교는 ‘실패 주간’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도전하며 맛보았던 실패를 공유하고 가장 값진 실패에 대해 포상하고 칭찬합니다.
이광형/카이스트 총장
"수없이 많은 수십, 수억 번의 실패 속에서 이것이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져서 여기까지 온거죠. 이 세상에 없는 거,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걸 목표로 많이 삼고 있는데 그렇게 새로운 거, 없는 걸 하려면 두려워요. 대학 교육은 저는 미래 10년 후를 바라보고서 준비해야 되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지금 세상에서 좋아 보이는 거 그걸 준비하면 이미 늦은 거예요. 학생도 지금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것을 전공으로 택하고서 그걸 준비하면 이미 늦어요"
김진아/한국외대 LD(언어·외교)학부 교수
"결국에는 이 혁신을 주도하는 몇 안 되는 국가끼리의 어떠한 전략적인 연대 이런 것들은 계속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현상일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그런 혁신 산업들을 계속해서 육성하고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노력들이 한국으로서도 굉장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관련 방송 : 2025년 2월 11일 (화) KBS 1TV, 22:00 시사기획 창 '초불확실성의 시대- 경제를 구하라'
취재 : 정민규
촬영 : 오광택
편집 : 이종환
자료조사: 여의주
조연출 :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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