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은 2021년 5월 26일부터 6월 2일까지 방송된 <바닷가 사람들 - 기회의 바다, 숙명의 갈치잡이 1~2부>의 일부입니다.
목포항에서 출발한 갈치잡이 어선이 수심 깊은 먼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뱃머리에 거대한 철닻 4개를 걸치고, 선미에는 1톤짜리 그물을 4개 실었다.
갈치 어업은 채낚기 방식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목포의 갈치잡이 어선들은 그물로 갈치를 잡는 다. 수심 100미터 깊은 곳에 서식하는 갈치를 잡기 위해서는 해저에 흐르는 거센 조류의 힘을 이용한다. 조류가 빠른 지점을 찾아 그물을 내리고, 갈치가 조류의 힘에 밀려 그물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전략이다. 이때, 그물이 조류에 떠밀려가지 않도록 거대한 철닻을 내려 그물을 고정해 놓는다. 갈치잡이 어부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 무게 2톤에 달하는 철닻을 올렸다 내리며 갈치를 잡는다.
갈치가 그물에 들어올 때까지는 한두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잠깐의 휴식 뒤, 그물을 끌어 올리면 갈치 수백 마리가 갑판 위로 쏟아진다. 어부들은 갈치를 길이와 너비에 따라 대갈치와 중갈치로 나눠 각각 상자에 담고, 함께 잡힌 다른 어종도 종류별로 모아두는 선별 작업을 이어간다.
그물로 잡는 갈치는 그물 안에서 서로 부딪히면서 비늘이 벗겨져 거무스름한 빛깔을 띤다. 그래서 그물로 잡는 갈치에 ‘먹갈치’라는 별칭이 붙는다. 채낚기 방식으로 잡는 갈치를 ‘은갈치’라고 부르는 것과 구별되지만, 사실 같은 종류의 갈치이다. 그물로 잡은 먹갈치는 저장고 안에서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 맛이 더 살아난다.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먹갈치만 찾는다고 한다.
그물을 이용한 갈치잡이는 동력이 아닌 조류라는 자연의 힘을 이용하다 보니 어부의 뜻대로 잘 안 되는 일들이 많다. 거센 바람이 조류의 흐름에 영향을 주어 바닷속에서 닻줄이나 그물이 뒤엉키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풍랑주의보 소식에 곧장 조업을 접고 가까운 항구로 피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바다에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기회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부들은 육지는 바다 생활을 하기 위한 잠깐의 휴식처일 뿐, 바다가 자신의 인생 자체라고 말한다.
조류를 쫓고 바람에 맞서는 갈치잡이 어부들의 항해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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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에서는 한 달에 두 번 갈치잡이 어선이 선왕신에게 술을 바치는 제향을 치르며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0년 동안 배를 탄 박서아 선장(48)은 8명의 선원들과 함께 조류를 쫓아 갈치를 잡는다. 그에게 바다는 운명이다. 처음 배에 올랐던 어린 시절 낯설게 느껴졌던 바다는 20대에는 치열함으로, 30대에는 삶 그 자체로 기억된다. 바다의 품에서 성장하고 인생을 배우며 50의 나이를 바라보게 된 그에게, 바다는 기회의 터전이자 숙명과도 같다.
박서아 선장이 이끄는 목포의 갈치잡이 어선은 뱃머리의 2톤짜리 거대한 철닻과 배 뒤편의 1톤짜리 그물을 이용해 갈치를 잡는다. 조류가 거센 곳에 거대한 닻을 내려 그물을 고정한 후 조류의 힘으로 그물의 입구를 열어 그 안으로 갈치가 밀려들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이다. 이 모습이 마치 아귀가 입을 벌린 채 먹이를 기다리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안강망(鮟鱇網)’이라고 부른다. 안강(鮟鱇)은 아귓과의 물고기로 알려져있다. ‘안강망’은 조류가 빠른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발달한 전통 어법이다. 어선의 규모가 72톤으로 커지고 장비도 현대화된 지금도 조류로 그물을 펼치고 갈치를 유인하는 것은 옛날 방식 그대로이다. 선장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조류를 예측해 그물을 내리고 올린다. 조류는 하루에 4번 방향과 속도를 바뀌는데, 투망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그물이 물속에서 얽히거나 스크류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다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가 중요한 이유이다.
어부들은 종종 바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터전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어획량 감수까지 감수하며 노력하고 있다. 박서아 선장은 45밀리가 넘는 그물코를 사용한다. 그물에 들어온 작은 물고기들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상괭이라는 토종 돌고래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5m짜리 탈출 구멍도 만들었다. 지난해 봄에는 해경과 함께 우리 바다에 중국 어선들이 불법으로 설치한 싹쓸이 그물 400톤을 철거하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박서아 선장의 배에는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외국인 선원들과 멘토인 김종갑 갑판장(62)이 늘 함께 한다. 과묵한 김종갑 갑판장은 선장의 옆에서 그림자처럼 조업을 돕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선원들에게 모범을 보인다. 대충 일하며 남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열심히 사는 게 훨씬 쉽다는 예순의 어부. 멀리서 온 외국인 선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우리 젊은이들에게 바다가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부들이 잡아올리는 갈치는 목포의 풍경과 식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목포에는 전라도 한정식보다 몇 천원짜리 ‘남도백반’을 더 많이 찾는다. 육류와 어류, 나물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는 남도백반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젓갈, 특히 갈치속젓이다. 갈치의 내장을 갈아, 갖은 양념과 함께 무친 갈치속젓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젓갈 중 하나! 갈치속젓은 고기나 쌈을 먹을 때 쌈장 대신 곁들여 먹을 정도로 감칠맛이 특징이다.
육지의 시선에서 바라본 바다가 아닌 바다 사나이들이 말하는 기회와 숙명의 바다, 그 바다에서 오늘도 살아가는 갈치잡이 어부들의 삶과 철학을 만나본다.
✔ 프로그램명 : 바닷가 사람들 - 기회의 바다, 숙명의 갈치잡이 1~2부
✔ 방송 일자 : 2021.05.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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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0 1차 어업
00:30:18 2차 어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