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구봉산에서 하산 후, 바로 장산(1400m)으로 향합니다. 같은 영월에 있는 산이지만 영월이 워낙 넓은 곳이라 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영월 장산, 3년 전 겨울 다녀간 후로 오랜만에 다시 찾습니다. 통상 꼴두바위를 들머리로 서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지만 오늘은 시간상 최단 길로 코스를 잡아봅니다.
들머리부터 등산로 곳곳이 얼마 전 큰바람으로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 있고 가지들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산행거리는 짧지만 이 코스는 소위 알바들을 많이 하는 산길입니다. 삼거리에서 주로 우측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후등자들을 위해 나의 시그널인 ‘안녕 몰디브’를 나뭇가지에 달아 둡니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코스라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오지 느낌이 나는데 오히려 그 점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정상 300미터 전방 전망대 데크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3년 전 정상 테크가 새로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곳이 비박자리였습니다.
정상에 이르러 심호흡을 하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1400미터의 고산에서나 볼 수 있는 높고 넓게 탁트인 조망이 펼쳐집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곳에 머물고 싶어하는 이유입니다.
텐트 밖으로 머리를 빼꼼히 내미니 밤은 깊고 달은 밝습니다. 이때 쯤이면 늘 그러하듯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 봅니다. 어제 영월 구봉산에서 밤새 읽던 책(‘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저자 ‘이하영’) 내용 중 명상에 관한 글이 ‘생각’납니다.
“명상의 사전적 의미는 눈 감고 생각하는 것이다....사전적 의미는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고...나를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명상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요?
함백산 너머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이 장관입니다. 운무에 쌓인 산그리메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운무가 걷히면서 쨍해진 날씨에 파란 하늘 아래 태백산 천제단도 보이고 소백산, 두위봉도 또렷이 조망됩니다. 오래전 걸었던 백두대간의 능선들도 시야에 들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