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북경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공식 일정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관광을 겸해 인근 지역에 멀지 않은 계단사를 찾았다. (…) 가람의 역사보다 더 시선을 끈 것은 1,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묵었다는 백송인 구룡송(九龍松)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내 여기저기 있는 몇백 년 된 백송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더 놀란 것은 뒷산에 있는 나무 숲이 전부 백송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의 문화 충격이었다. 애지중지하며 돌보고 있는 조계사 경내에 단 한 그루뿐인 백송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중에서
불교계 대표 문필가, 원철 스님의 책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다양한 장소는 물론, 시간을 초월한 옛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여 점점 확장되는 스님의 사유를 모두 담아낸 책입니다. 그 속에는 60여 곳, 1백여 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요.
우리가 그냥 지나치는 조그마한 유적 하나, 나무 한 그루, 비석 하나도 스님이 보기에는 평범하지가 않습니다.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혜롭게 녹여낸 수성동, 도화살이 있었던 것인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은 장의사 터, 한 집안의 흥망성쇠는 물론 한 나라의 흥망성쇠까지 모두 담고 있는 백송,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현명한 방식으로 아우르고 있는 세검정천 등. 스님은 무심코 지나쳤던 오래된 것들에 쌓인 시간의 갈피마다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어 보여줍니다.
코로나19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어려운 요즘, 시원한 실내에서 스님의 책과 함께 ‘방구석 역사문화 기행’을 떠나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