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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을 전하며

백떠벌 5,594 4 weeks ago
Video Not Working? Fix It Now

여러분 제 소식이 늦었어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인스타에도 글은 남겼지만 궁금하실 분들, 처음 소식을 듣는 분들도 계실 거 같아 유튜브에는 조금 더 길게 적어보려합니다. 부산에서 여행하던 중 엄마의 메시지를 받고 급하게 올라왔어요. 두부가 많이 아픈 거 같다는 내용이었는데 두부는 15살 노견이기도 하지만, 선천적 심장 비대증이 있다는 걸 6살쯤? 알게된 후로 꾸준히 관리를 해주고 있던 아픈 강아지기도 했어요. 매일 아파하는 그런 건 아니라 관리하면 평소에 큰 문제 없고, 1년에 한 두 번 큰 고비가 있었지만 항상 잘 이겨내주었어요. 그걸 제가 너무 믿은 거죠. 이번에도 그 정도일 거라 맘대로 생각했고 그래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도 우리 강아지가 죽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제가 겨우 부산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서울에 1시 넘어 도착했고, 제가 도착하고 몇 시간 뒤 1월 1일 새벽 네시쯤, 두부는 새해가 되는 날 제 곁을 떠났어요. 그리고 생명이 죽는 그 순간은..뭐랄까 제가 머릿 속에서 보던, 영상에서나 보던 그런 거 보다 더 마음 아픈 모습이었어요. 왜 강아지들 무지개 다리 건너기 전에 주인 찾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돌보느라 계속 깨서 밤을 새고 있었는데 엄마는 방에서 자고 있었거든요. 몇 시간을 엄청 숨을 가쁘게 쉬고 누워있는 거 조차 힘겨워보였는데 그 와중에 굳이 굳이 엄마 방으로 가서 엄마 주변을 몇 바퀴 돌더니 그 자리에서 난생 처음 듣는소리 몇 번 지르고는 떠났어요. 저는 바로 달려가 두부를 안았고, 두부 몸은 그냥 축 처진 수건 처럼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 목도 가눠 지지 않았고요. 저도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었습니다. 음....죽는 건 그냥 정말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피가 섞인 침 같은 거를 많이 토해내거든요. 나중에 알았는데 복수가 나오는 거래요. 처음엔 기침을 하듯 나왔는데, 숨이 멈추고 나서는 그냥 계속 입에서 그 복수가 새어 나왔어요. 엄마와 저는 피가 흥건한 이불에 두부를 내려두고 엉엉 울었어요. 저는 두부 귀에 사랑한다고 계속 말해주었어요. 두부에게 똑같은 억양으로 '언니가 두부 많이 사랑해!' 매일 매일 자기 전 얘기해줬거든요. 언젠가 두부가 죽을 때 꼭 그 억양으로 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듣게 해주고 싶었어서 본격적으로? 노견이 되고 나서는 꼭 자기 전에 그 말을 해주었는데, 그래도 준비했던 거 하나는 했달까요ㅎㅎ 우리 가족은 그렇게 두부를 보내주었습니다. 오빠도 걱정이 되어서 잠을 안자고 있었는데 제가 일부러 영상을 안보냈거든요. 상태가 정말 안 좋았고 평소랑 조금 달랐는데 영상을 보내면 오빠가 너무 걱정할 거 같은 거예요. 내일 되면 두부 원래 봐주시는 선생님한테 바로 갈 거니까, 오늘 밤 고비만 잘 넘기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저도 한 켠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나봐요. 오빠는 4시 반쯤? 집에 도착했어요. 오빠가 오는 줄 알았으면 두부한테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할 걸 두부는 오빠를 저보다 더 좋아하기 떄문에 어쩌면 정말 버텨주었을지도 모르거든요ㅎㅎ 그렇게 다음날 까지 하루 두부는 저희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어요. 장례도 잘 치뤄주었습니다. (아 그리고 반려견 장례식장은 허가된 곳이 제한적이고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있기 때문에 미리 알아봐두심 넘 좋을 거 같아요. 제가 한 업체는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스러웠는데 혹 정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저에게 메시지 보내주세요.) 암튼..그날이 제가 태어나서 가장 슬픈 날이었네요.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요. 목구멍에 큰 주먹이 들어있는 듯한 슬픔이 아주 조금 나아진 거 같기도 하지만 그건 아직도 두부가 떠난 게 실감이 잘 안나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하루 중 대부분은 ‘우리 개가 죽었다’는 생각보다는 잠깐 어디 가있는 거 같거든요. 며칠 뒤면 다시 집에 올 거 같고 퇴근하면 현관서 나 기다리고 있을 거 같고. 월화수목금토일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야 아 우리 강아지 떠났지 생각들어 그때 또 울고 그래요. 아직도 끝 없이 꼬리를 무는 자책감에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요. 뭐…지내다 보니 한 번도 울지 않은 날이 몇 번 있고, 점점 그런 날도 많아집니다. 그치만 그러다가도 갑자기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한 번 눈물이 터지면 겉잡을 수 없는 건 물론이고 늘 마지막엔 하고 있는 모든 게 부질 없이 느껴지더라고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요. 걍 울어요. 길 한복판이든 밖에서 밥을 먹다가도 안 참고 그 자리에서 다 쏟아냈어요. 얼굴에 터져라 울고 멍하게 누워있다가 잠들고, 아침엔 그대로 출근해서 터덜 터덜 퇴근하며 몇 주를 보냈네요. 겨우 씻기만 했지 진짜 꼴이 말도 아니었는데,,그렇게 일만하며 되는대로 살다 보니 1월도 다 가버렸슈... 저는 당장 현재를 살지 삶을 되돌아 보고 곱씹는 사람도 아니거든요. 근데 이번을 계기로 제가 살아온 시간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얼마 남지 않은 30대를 어떻게 보낼지도 대단히 많이 바뀌었어요.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그간 그려왔던 것들에 큰 변화를 떠올리면 한 편으로는 고민도 많습니다. 그만큼 두부는 제 삶의 큰 부분이었던 거겠죠? 드는 생각이 두부와 함께 산 15년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찰나이기도 한 거 같아요. 지금이라도 사라지는 기억들 조금도 잊지 않으려 기록도 더 많이 하고 제 나름의 노력으로 이겨내 볼 겁니다. 이 영상을 만든 지는 좀 됐는데 뭔가 나만 아는 보물 상자처럼 며칠은 간직하고 싶어 혼자 즐겼어요. 만들면서도 많이 울고요. 근데 이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올렸어요. 아님 솔직히 그냥,,,같이 슬퍼하고 위로 받고 싶은 걸 수도 있고요. 당연히 엄청 슬픈 영상인데 언젠가 이 기억마저 흐릿해질 거 생각하면 더 많이 남겨두지 못한 게 큰 후회네요. 암튼 그날 이후 그렇게 지냈어요. 저는 갱~장히 강한 사람이거든요? ⌊무려 전갈자리임⌋ 사랑하는 내 전부, 내 강아지 다시는 손으로 느끼고 만질 수는 없지만 늘 제 곁에 있을 거니까 저는 또 열심히 제 삶을 살아가야죠. 수상 소감도 아니고 오글거리게 유난 떠는 거 더더욱 싫고 아닌데 (이미 맞는듯ㅋ) 저를 걱정해준 모든 사람에게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고맙다고 진심을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도 나에게 사랑을 보내주어 고마워요….! 저도 개든 사람이든 더 많이 표현하며 살게요. 영상 보시고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그리고 두부에게 사랑의 인사 하나 남겨주시면 제가 넘 기쁠 거 같아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사랑 가득 설 연휴 되길 바라겠습니다! 지금 빤니 옆 사람, 옆 강쥐, 고먐미한테 러브러브뽀뽀쪽 하세요 어서💗 (+아 맞다 나 이 글 쓰는데 일주일 넘게 걸림ㅋ..) 보고싶다 두부야. 내 모든 걸 다 내주고라도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난 모든 걸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 평생 언니가 너무 사랑해 쪽쪽 내 강아지 2010.06.01~2025.1.1 𝐈𝐍𝐒𝐓𝐀𝐆𝐑𝐀𝐌 www.instagram.com/j.du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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