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태성입니다.
제가 퀴즈 하나 내겠습니다.
1,000원 지폐의 주인공입니다. 호는 퇴계입니다.
누군가요? 네, 이황입니다.
이황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뭐가 있으신가요?
도학자, 선비, 대학자, 보수, 꼬장꼬장, 완고함, 좋습니다.
그러면 오늘 이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이황은 20대에 첫 부인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30살에 두 번째 부인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권 씨 부인입니다. 아. 그런데 이 분이 지적 장애가 있으세요.
이러다보니 권 씨 부인이 실수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구전되어 내려옵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드리죠. 할아버지 제삿날이었습니다.
이황은 부인과 함께 큰형 집에 갑니다.
얼마나 제사 음식을 정성껏 차려놨겠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사상 배가 또르륵 떨어진 거예요.
앗, 근데 이때, 권씨 부인이 이 배를 치마에 슬쩍 숨깁니다.
형님이 화가 나셨겠죠. 아직 제사 시작도 안했는데 음식을 먼저 챙긴 거니까요.
자초지종을 듣고 이황이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합니다.
그리고 부인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가 물어봅니다.
“왜 그러셨소”. 그러자 권씨 부인이 ‘먹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죠.
이때 예법의 대가. 제사 예법을 조선에서 가장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황.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자상한 미소 지으며 그 배를 직접 깎아 먹여 주었다고 합니다.
또 전해 오는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황이 상갓집을 방문하려고 해요. 이황은 하얀 상복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옷이 너무 낡은 거예요. 그래서 지적 장애가 있는 권 씨 부인에게 상복의 도포가 헤어졌으니 꿰어달라고 요청을 하죠.
그런데 이 권 씨 부인, 또 실수 합니다.
글쎄 하얀 상복에 빨간 천으로 덧 댄 겁니다. 세상에나. 이때 이황의 반응, 어땠을까요?
아무 소리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나갑니다.
상갓집에 도착하자 거기에 수많은 유학자들이 와 있었겠죠.
그런데 유학의 대가, 예법의 대가 이황이 하얀 상복에 빨간 천으로 덧댄 옷을 입고 나타난 거죠.
어땠을까요? 사람들이 웅성웅성. 그런데 그들은 감히 퇴계의 모습을 평할 수가 없는 거예요.
왜? 퇴계니까.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퇴계에게 아주 진지하게 물어 봅니다.
“선생님. 상복을 덧 댈 때는 빨간 천으로 해야 하나요?” 퇴계, 그저 미소만 지었다고 하네요.
또 다른 이야기는 편지로 남아 있죠. 서울에 살고 있었던 손자가 아들을 낳습니다.
그러니 이황의 증손자지요. 그런데 증손자가 몸이 약해 유모의 젖이 필요했나 봅니다.
마침 퇴계 집에 아이를 낳아 젖이 나오는 여종이 있어 보내 달라 합니다.
그런데 그 여종도 겨우 자기 아이 젖 먹일 정도였다고 해요.
이 여종을 보내면 이황의 증손자에게 도움은 되겠지만 여종의 아이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내 자식 살리고자 무고한 생명을 앗을 순 없느니라.”
이후 증손자는 2년 뒤 사망합니다. 물론 젖을 못 먹어서 죽었다기보다는 몸이 약해서 그런 것이겠죠.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당시 성리학은 조선의 이념입니다.
그 이념의 독보적 대가가 바로 이황입니다.
그러나 이황은 사람보다 자신의 이념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이념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몸소 실천한 것이지요.
이념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저는 이것이 바로 우리 천원 지폐에 담겨 있는 이황 정신이라고 봅니다.
이황을 통해 서로 이념이나 생각이 다르다 해도 인간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놓치지 않는 그런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침에 특강 최태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