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몰취미와 신경의 조잡성으로 말미함은 무미건조한 그 여자의 여백인 것을 발견하고,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남자의 몰취미와 신경의 조잡성으로 말미함은 무미건조한 그 여자의 여백인 것을 발견하고,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남자는 욕망을 느낄 줄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욕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곧바로 흥미를 잃었고, 모든 감각이 어중간한 지점에서 꺾였다. 입안에 남은 음식의 잔향을 오래 느끼지 못했고, 손끝에 닿는 부드러움이나 거친 결도 금방 시시해졌다. 그는 한때 어떤 여자의 손목을 잡고 그 결을 오래 탐색해본 적이 있었지만, 결국 손을 놓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잡았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신경은 지나치게 산만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정돈되어 있었다. 밤이면 뒤척이며 지나간 일들을 복기했으나, 그것은 욕망의 잔열이 남아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한 정리의 과정이었다. 흥분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그는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도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원한다고 생각할 때면, 동시에 그것을 원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의 욕망은 언제나 반쯤 열린 문처럼 어중간했다. 그 여자는 그와 달랐다. 그녀는 언제나 가만히 있었지만, 가만히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는 달랐다. 그녀는 불을 피우지 않았지만, 그가 방에 들어가면 희미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말이 적었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그녀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안에는 결코 말로 다 꺼낼 수 없는 어떤 갈망이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았고, 손끝을 문질러 감각을 확인했다. 그녀는 기다렸다. 어떤 열기가 자신을 삼킬 것을. 그녀는 물이 끓는 순간을 알았고, 공기가 흔들리는 순간을 감지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것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는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녀가 고요한 것은, 그의 욕망이 거기까지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여백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의 신경이 조잡해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어느 날 문득,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허전한 것이 아니라, 그가 그 여백을 채울 힘이 없었다는 것을. 그녀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의 귀가 그녀의 숨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뿐이라는 것을.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잃어버린 뒤였다. https://youtu.be/sotNttA2tYI?si=Nyxgm5gfrZ1KBs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