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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저희끼리만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래요. 여자들끼리요."
아들도 거들었습니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제가 있는데 무슨 일 있겠어요?"
그 말에 남편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남편의 불안한 직감이 맞았던 거죠.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며느리는 앞장서서 걸었고, 아들은 묵묵히 뒤따라왔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만이 쿵쿵 울렸어요.
"어머님, 이제 다 왔어요."
서연이가 옥상 문을 열자 차가운 밤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순간 오한이 들었어요.
"춥네... 그만 들어가는 게..."
"어머님,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가 별이 잘 보여요."
서연이가 손짓하는 난간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도윤이는 여전히 조용히 뒤따라오고 있었어요.
"와, 정말 별이 예쁘네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들이 반짝였습니다.
문득 남편과 데이트하던 때가 생각났어요.
젊었을 때 남편과 자주 올라와 별을 보곤 했거든요.
"어머님..."
서연이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습니다.
"응?"
"정말... 죄송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서 강한 힘이 밀려왔어요.
순간 중심을 잃었습니다.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제 몸은 이미 허공을 날고 있었어요.
마지막 순간, 도윤이의 차가운 눈빛이 보였습니다.
그 눈빛은...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의 눈빛이 아니었어요.
허공을 날아가는 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지나갔어요.
도윤이가 처음 걸음마를 배우던 날...
학교 입학식 날 자랑스레 책가방을 메던 모습...
대학 합격 소식을 들고 와 환하게 웃던 순간...
결혼식장에서 신랑 턱시도를 입고 서 있던 모습...
'도윤아... 네가 정말 이럴 수 있니...'
마지막 순간까지도 믿고 싶지 않았어요.
쿵! 하고 온 몸이 바닥을 강타하는 순간, 세상이 새하얘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