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야화에서 들려드리는 옛날이야기 [한양에서 내려온 남편 친구]
오늘도 예방 심태섭은 갈지자걸음으로 집을 향하고 있었다. 관아를 나오자마자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동네 주막집에서 그날도 어김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예방 나리, 외상값은 언제 갚을 거예요?"
"거 얼마나 된다고 그리 보채는 거여. 내 쉬이 갚으리다, 그까짓 몇 푼 된다구, 여기 한잔 더!"
"아이, 이렇게 늘 외상술을 드시면..."
"이 사람아, 이 소리 좀 들어보게."
그러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엽전 주머니를 흔들어 댔다.
그 모습을 보던 주모의 낯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아이 나리! 한잔 쭉 드시어요."
태섭의 주머니에서 묵직한 엽전 소리가 나자 눈치 빠른 주모의 교태가 한결 간드러졌다.
그렇게 그날도 태섭은 거나하게 술을 들이켜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한양에서 내려온 남편 친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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