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Fun & Interesting

이은영-사색하여 그리다.사경 思境.소경영모화.한벽원미술관.한국화가 이은영.송희경 비평.동양화.후소회.수묵.담채.새.홍학.학.백조.기러기.신빛 찍다

A one Studio Art Gate 2,574 2 weeks ago
Video Not Working? Fix It Now

2025.5월 22일(목요일)~ 28일(수요일) 한벽원 미술관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순리, 조화, 길상, 새를 그리다. 이은영은 길상적 의미를 함축한 새를 그린다. 관찰과 사생을 토대로 섬세하게 깃털을 묘사하고 옅은 윤곽선으로 동세를 표현한다. 담묵, 담필, 담채로 재현된 새들은 금방이라도 나를 듯 가볍고 산뜻하다. 이렇듯 이은영은 동아시아 회화의 전통을 계승함과 동시에 21세기 영모화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이은영이 이룩한 '思境(사경)'일 것이다. 송희경 (문학박사.겸재정선미술관 관장) 글-송희경(겸재정선미술관 관장) ‘사경(思境)’, 이은영이 창조한 자연 Ⅰ. 대상의 관찰과 사생 Ⅱ. 순리, 조화, 길상, 새를 그리다 이은영의 그림은 은은하고 환상적이면서도 차분하다. 어린 시절 혼자 조용히 앉아 찬찬하게 그림 그리는 시간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이다. 지나치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이 본인의 성향과도 부합했다. 작가는 진채보다 수묵과 채색의 경계가 없는 담채를 선호한다. 이은영이 가장 많이 선택한 소재는 바로 새이다. 새를 그리는 방식과 과정을 살펴본다. 먼저 대상을 계속 주시하면서 작은 노트에 연필로 에스키스를 한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언제나 움직이는, 그것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대상의 관찰에는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사진 촬영을 병행하며 깃털의 방향이나 정확한 동세를 포착했다. 에스키스를 토대로 하도를 뜨고 화판에 화선지를 붙인 다음 서서히 선과 면을 구분하고 먹과 색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탄탄한 묘사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새 그림을 살펴보면 길상의 의미가 함축된 것이 많다. 예컨대 기러기는 예부터 길상의 상징이었다. 가을날 기러기가 남쪽으로부터 이동하여 갈대밭에 내려앉는 풍경을 ‘蘆雁’이라 했는데 이를 편안한 노후와 같은 의미로 생각한 것이다. 작가는 기러기를 살펴본다. 그는 섬세한 붓질로 깃털을 자세히 묘사하고 옅은 윤곽선으로 몸통의 동세를 표현했다. 담묵, 담필, 담채로 완성된 기러기는 금방이라도 나를 듯 가볍고 산뜻하게 보인다. 이러한 기법은 캐나다 기러기에서도 목격된다. 게다가 캐나다 기러기를 그릴 때 봄꽃이 만발한 물가 주변, 나무들이 우뚝 솟은 숲도 화폭에 포함하여 새가 주인공이고 주변 경관이 간략하게 포함된 소경영모화(小景翎毛畵)의 형식을 갖추었다. 무배경에 새만 포착하다 보니 어딘지 허전함을 느껴 나무와 꽃을 부재로 써서 그리기도 했다. 이은영은 우아함과 행운을 상징하는 홍학을 많이 그렸다. 이번에 발표하는 신작에서도 화판 4개를 연결하여 옆으로 펼쳐진 홍학 군상을 재현했다. 에스키스를 통해 홍학을 사생하여 화폭에 옮기는 과정에서 각각의 자리를 배정한다. 이때 홍학의 자세, 즉 움직이거나 멈추어 선 동작과 동세를 다리와 발로 결정한다. 홍 학 군상은 타원형의 몸체, 뾰족한 삼각형의 부리, 길쭉한 선에 가까운 다리가 각각 연지에 가까운 붉은 색, 검은색과 흰색, 연한 갈색으로 채색되어 도식적이면서도 장식적이다. 화면 상하를 잘라 모여 있는 홍학의 머리와 몸통만 꽉 채우는 방식도 선택했다. 몸통의 주홍빛 담채와 부리의 희고 검은 농채가 어우러져 마치 색면 추상을 보는 것 같다. 백조 또한 동아시아 화조화나 영모화에서 자주 선택된 소재가 아니다. 이은영은 우아, 순결, 독립을 상징하는 백조를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했다. 각양각색의 고갯짓으로 부리를 깃 속에 감춘 백조는 각자 다른 포즈를 취한 채 따로 또 같이 모여 있다. 홍학과 마찬가지로 둥근 타원형의 몸통, 파이프 형태의 목, 각이 진 부리가 마치 각각의 도형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색상을 보면 오로지 흑백만 사용해서 더욱 강렬한 시각성을 선사한다. 즉 검은 부리를 농묵으로, 몸통의 실루엣을 탄력 있는 담필로 처리해서 입체감을 배가했다. 게다가 배경에 옅고 짙은 먹색을 바르는 외훈법의 효과도 활용했다. 이렇듯 이은영은 무리 지어 있는 조류를 그릴 때 반복, 연결, 교차, 나열을 십분 활용하면서 풍성한 입체감과 다양한 동세를 연출했다. 이은영의 새 그림은 구상을 버리지 않겠다는 작가의 고집과 노력이 드러나는 확고부동한 장르이다. 개념미술,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이 난무하는 동시대에 회화의 입지와 위치를 알려주며 여전히 회화 작업에서 관찰과 묘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시각물인 셈이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