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장 겨울다운 곳
제일 먼저 겨울이 시작되고 가장 늦게까지 머무는 오대산.
다섯 개의 높은 봉우리가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어
'오대(五臺)'라는 이름이 붙은 오대산은 겨울이 매력적인 산이다
길고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살아가는 오대산 사람들.
추울수록 더 맛있어지는 음식들과
눈과 얼음 속을 누비며 즐겼던 옛 추억까지
설국의 진수를 품은 겨울 오대산에서
따뜻하고 넉넉한 겨울나기 밥상을 만난다
■ 추워야 제맛, 오대산 오지마을의 산중 겨울 진미 –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자락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진부면 봉산리는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는 곳. 해발 700m 첩첩산중이라 1년의 절반이 겨울이다. 찬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맛이 드는 황태가 이 마을에선 장맛을 내는 1등 공신. 굵은 왕태를 삶아 띄우는 청국장도 황태 가루로 감칠맛을 더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고 폭설에 꼼짝없이 갇히곤 하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다 같이 모여 두부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어 즐겁다. 꽁꽁 얼어붙은 개울로 나가 얼음을 도마 삼아 닭을 다지는 것도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 다진 닭고기에 두부와 채소를 다져놓고 만드는 ‘닭반대기’와 감자를 갈아 수제비처럼 떼어 넣고 만드는 ‘감자뚜대기’, 질경이밥에 강원도식 강된장인 ‘빡작장’까지 오대산 오지마을 사람들의 선물 같은 겨울 별미를 만나본다.
■ 노인봉과 송천약수, 오대산을 사랑한 세 남자 이야기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오대산 노인봉 가는 길, 젊은 시절 오대산을 누비며 살았다는 칠순의 세 남자가 산행에 나섰다. 칼바람을 맞으며 눈길을 걷느라 힘들지만, 설국의 진수가 펼쳐지는 소금강을 품은 노인봉은 겨울 산행이 매력적인 곳이다. 그 풍경 속에는 남다른 추억도 남아있다. 20년간 노인봉 산장을 지키며 살았던 산장지기 성량수 씨(71세). 노인봉 털보로 유명했던 그는 산장을 찾아오는 이들과 친구가 되어 추억을 나누며 산다. 동갑내기 친구 안승득 씨(71세)와 권영래 씨(71세)도 그중 하나. 지금은 무인 대피소로 바뀐 채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여전히 세 친구에겐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다.
노인봉에서 내려오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송천약수로 향한다. 철분이 가득한 탄산수인 송천약수는 약이 되는 물이라 해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약수터 근처 옛집에서 오랫동안 밥집을 해온 안승득씨가 약수에 토종닭과 약초, 능이를 넣고 백숙을 끓여 낸다. 산을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던 시절, 아궁이 불에 뜨끈해진 아랫목에 모여 쪽잠을 자던 추억이 생생하다. 아궁이에서 불을 꺼내 도루묵과 양미리를 굽고, 김치와 쪽파를 얹어 메밀전을 부쳐 막걸리 한 잔 주고 받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대산을 사랑한 평생지기 산 사나이들의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 ‘극락사’ 초하루 신중기도 올리는 날 –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월정사와 상원사, 봉우리마다 크고 작은 암자를 품은 오대산은 대표적인 불교의 성지다. 월정사 포교당인 극락사의 음력 초하루 신중기도 올리는 날.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하며 안녕을 비는 제를 올린다. 제단 올리는 음식은 다섯 가지 나물과 두부. 양념은 소금과 기름이 전부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인데, 더하기보다 빼는 게 맛을 내는 비법! 음식을 그릇에 담을 때도 두 손을 모아 정성을 다하고, 몸짓 하나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정성을 다해 만든 소박한 음식들을 제단에 올리고, 모두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는다. 음식 하나하나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치고, 기도와 음식으로 마음을 채우는 지혜를 배운다.
■ 오대산 진고개의 추억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연곡면
평창군과 강릉시를 잇는 진고개는 비가 오면 진흙밭이 될 정도로 질어서, 또 길이 너무 길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더덕이며 산나물이며 오대산이 내어주는 것들로 풍성한 진고개는 지금은 한적한 산촌이지만 한때 큰 시장이 섰을 만큼 번성했단다. 금과 은을 캐던 송천광산에 금빛 꿈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광산에서 관리자로 일을 했던 이두석 씨(89세)와 아버지가 광업소 소장이었다는 김신자 씨(80세) 부부.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옛 광산의 기억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광부들의 끼니를 챙기는 일을 도맡았던 어머니는 특별한 날이면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내곤 했는데, 돼지고기가 돌가루를 씻어준다며 광부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도 땀에 젖을 만큼 갱도에서 힘들게 일을 했던 광부들에게 시원한 동치미국수가 최고의 별미였고, 큼직한 양푼에 온갖 산나물과 찐 감자를 올려 비벼놓으면 한 끼가 거뜬했다. 진고개의 옛 기억을 간직한 채 산이 내어준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노부부의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밥상을 만난다.
※ 이 영상은 2024년 1월 16일 방영된 [한국인의 밥상 - 오대산 가는 길 “겨울 맛이 납니다” ]입니다.
#한국인의밥상 #오대산 #겨울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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