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있는여행] 이야기는 여름 지리산을 따라 흐르고 - 경남 하동
■ 팔십여 만평 너른 들판의 수호신 - 악양 무딤이 들, 문암송
소설 토지하면 떠오르는 넓은 논, 무딤이 들은 초여름 모내기를 마치고 볍씨가 달리기도 전이다. 하지만 모심어진 들판은 벌써 풍요로움이 넘친다. 너른 들판에는 전국의 사진쟁이들을 모으는 아름다운 소나무 두 그루, 부부송이 서있다. 이 부부송을 누군가는 소설 속 서희와 길상이의 소나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을 위에서 악양을 내려다보는 소나무, 문암송. 큰 바위를 반으로 가르며 올라온 나무는 반세기가 넘도록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 때문인지 마을에는 복이 그득하게 넘쳤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다고...
■ 토지의 땅- 토지문학관, 조씨고가
소설 토지의 줄거리를 실제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는 180여년 된 조씨고가. 최참판댁이 그러하였듯 악양들을 발아래에 두고 지리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던 집이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연못에 고이고 물고기가 놀던 조씨고가. 지금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닳고 빛바랜 옛집이지만 이야기는 섬진강처럼 영원히 흐르고 흐른다. 조씨고가가 실제라면 실제처럼 소설 속의 마을을 그대로 재연해놓은 문학관이 있다. 최참판이라면 으레 상상해오던 사람이 사랑방을 지키고 있고 금낭화가 피고 지는 꽃담까지. 소설 속의 그 마을에서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본다.
■ 오백 리 물길 따라 굽이굽이 이야기는 흐르고 - 섬진강
장마를 시작한 초여름의 섬진강은 안개와 구름에 휩싸여 쉬이 길고 긴 강줄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비가 멈추자 낚시꾼에게는 은빛 은어를 끊임없이 내어주고 황금빛 모랫길을 선물한다. 눈 돌리면 지리산의 풍광이 들어오고 또 눈을 돌리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고운 모랫길이 펼쳐진다. 섬진강줄기를 걷다가 잠시 쉬어가는 송림, 드높게 자란 소나무 숲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기에 부족하지 않다. 이야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섬진강을 걸어가 본다.
■ 지리산이 품은 천년고찰에 퍼지는 차향- 지리산 불일폭포, 대성계곡, 쌍계사
지리산이 품고 있는 폭포 중의 최고 비경, 불일폭포. 지리산에게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치유하는 사람들. 세상의 모든 일을 잊고 걷다가 만나는 60미터의 긴 계곡. 지리산이 품어 더 깊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곳. 또 세상 사람이 아직 잘 모른다는 비밀스러운 대성계곡은 자물쇠를 열고 들어 간 노부부의 산책길을 따라 가면 닿을 수 있다. 한국의 차시배지이자 대표적인 차 생산지인 하동은 산기슭 곳곳에 차를 볼 수 있다. 예부터 스님들이 따고 덖어 만든 쌍계사의 녹차는 세월과 함께 지리산과 섬진강 바람 덕에 더 깊어진다.
#하동 #토지 #섬진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