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내가 지난 10년 넘게 자연농 [혜림원]을 탐방하고, 자연농의 세계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해오던 중 처음으로 접한 상황이었다. 이 혜림원에 자연농을 체험하고 싶어서 찾아온 세 사람이 일 주일 예정으로 자연봉사 활동을 하고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들은 이미 지금까지 내가 YouTube와 Facebook의 포스팅을 통해서 알려왔던 혜림원의 자연농 현장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연농 체험과 자원봉사 활동을 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었다. 또한 농장에 찾아온 손님과 같이 침식을 제공해야 하는 ‘손님 대접’이 아니라, 농장의 시설(숙박, 조리 등)과 자원(식재료)을 활용하여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농장에서 필요한 일손을 도와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서 농장에 부담은 주지 않기에 이 예기치 않은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보는 것(2023-10-18) 만으로도 기분 좋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여기에 참여한 세 사람은 40대의 여성 두 명과 20대의 청년 한 명이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30분 분량의 동영상 기록에서 각자의 사정을 듣겠지만, 간단히 세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 분 중 제일 연장자인 서인숙(44세)씨는 13세의 아들을 둔 주부로 충북 괴산에서 살고 있단다. 건강과 음식에 관심이 많고 ‘자연 식물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채식이지만, 가능한대로 자연적으로 자란 식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고자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토종 씨드림’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재배도 배웠다고 한다. 자신의 딸도 학교가 아니라 홈스쿨링으로 키우면서 책은 많이 읽히지만, 현장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마치 자연농을 하듯이 키우고 있다고 했다.
최지혜(42세)씨는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미혼 여성으로 연말 경에 결혼 예정이라고 했다. 그도 역시 자연식에 통달하고 있는 듯 했다. 앞으로 귀촌, 귀농할 예정으로 우프코리아의 우핑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전국 각지의 친환경적인 농사 현장을 많이 탐방했다고 한다. 10여년 전에는 난소암을 앓아서, 자연식으로 거의 극복한 상태로 지금은 건강한 모습이었다.
세 번째의 인유진(23세; Eugene Linton)군은 참으로 특이한 청년이다. 서울 태생의 미국계 한국인으로 겉으로 본 모습이 아닌 목소리만으로는 완벽한 한국사람이다. 그는 실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인요한(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장) 교수의 아들이다. (아버지 인요한 교수가 귀화한 미국계 한국인 3세이니 유진은 4세인 셈이다.) 그는 음식과 건강에 특히 관심이 많고, 지금까지 멕시코, 포투갈 등 해외에 나가 살았던 경험도 많고, 현대문명의 미래에 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뚜렷하며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자 하는 열망이 아주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음식에 관해서는 현대문명의 가공식품들이 우리 인류의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견해가 강하고, 자신도 철저하게 육식을 거부하고, 사실 혜림원의 자연식에 열광하고 있었다. 나는 유진군의 '영혼이 참 맑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는 동영상 인터뷰로 대신하도록 하고, 이 짧은 만남에서 이들의 정신 및 생활 세계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자연농에 열광하는 생활 태도만은 굳건하다는 점을 발견했기에 여기에 이 짧은 영상기록을 공유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 세 사람의 장도에 희망과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빌고 싶다.
(PS: 위의 포스팅에서 이들 세 사람이 혜림원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추가 하련다. 사실 지금은 농장의 일년 농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다. 따라서 이들이 했던 작업은 과수들의 생장을 방해하고 있는 덩굴들 및 싸리나무 같이 다년생 식물로 줄기가 굵어지는 나무들을 잘라주는 작업이다. 싸리나무는 잘라내어도 그 밑동이 단단하기에 추후에 작업자가 다칠 수가 있기에 미리 잘라주는 것이 좋다. 또한 칡은 내년의 농사를 위해서 잘라주는 것이 좋다. 칡은 왕성한 생명력으로 과수를 뒤덮어서 햇볕을 차단하고, 심하게는 나무 전체를 고사시키고 있어서 이 작업은 칡의 횡포로부터 과수를 구출하는 셈이지만, 농장에는 이런 일을 해낼 인력이 없기에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제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웃자란 풀들을 가능한대로 낫으로 잘라 그 바닥에 깔아 줌으로서 보습 및 보온의 효과, 그리고 내년 농사를 위한 유기물 퇴비로 전환되기를 유도하는 작업도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