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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사교육비 문제,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영유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부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미 8년 전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지금까지도 그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사이 사교육 시장은 수조 원대로 몸집을 불렸고, 출발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기저귀 떼기 전부터 '학원 또 학원'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 50% 돌파
검증되지 않은 발달 효과
그래도 수요는 해마다 '폭증'
영유아 사교육 시장 수조 원대 '추정'만
공식조사 한다던 정부…후속계획은 '모호'
관리 밖 사각지대
출발선부터 벌어진 격차
'영유아 사교육',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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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진태희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줄고 있는데, 오히려 영유아 사교육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는데요.
진태희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은 연간 수조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사교육 중심지, 대치동에서 돌고 있는 '교육 로드맵'을 한 번 가져와 봤습니다.
우리 나이로 네 살, 만으로는 두 살 전에 놀이학교를 다니면서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를 준비합니다.
이른바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알파벳은 물론이고, 발음을 이해해 문장을 읽고 쓰는 수준까지 요구한다고 합니다.
기저귀도 못 뗀 아이들이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만 이미 학원과 과외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 단계를 넘으면 네 살부터 영어유치원 3년 과정에 들어갑니다.
일곱 살이 되면 특정 영어와 수학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이른바 '7세 고시'를 치르고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특정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또 치르고, 들어가서는 초등 4학년까지 중학교, 5~6학년 때는 고등학교 과정까지 선행학습하는 게 목표가 됩니다.
심지어 "최상위권 아이들은 이 로드맵보다 2~3년 앞서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서현아 앵커
사교육을 시작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면서, 초중고로 연계되는 사교육을 함께 불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건데요.
그런데 정작 영유아 사교육비에 대한 공식통계가 단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다고요.
진태희 기자
네, 2017년에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유아 사교육 실태조사가 있었는데요.
'시험조사'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이 조사 결과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했더니,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는데요.
일반교과 사교육을 수강하는 이유 1위는 초등학교에 대비한 선행 때문이란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 비용과 참여율도 높았는데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200만 원이 안 되는 가정은 2만 8천 원을 썼지만, 소득이 800만 원이 넘는 가정은 월평균 11만 6천 원을 썼습니다.
4배 넘게 차이가 나는 건데요.
가정양육의 경우엔 그 격차가 더 컸습니다.
소득이 800만 원을 넘는 가정과 200만 원이 안 되는 가정의 사교육비 격차가, 112배로 크게 벌어진 겁니다.
참여율 역시 800만 원이 넘는 가정은 98.7%로 대부분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200만 원이 안 되는 가구는 13.4%에 그쳤습니다.
사교육 시장이 출발선부터 격차를 크게 벌려놓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겁니다.
서현아 앵커
상황이 심각한데요.
그런데 이후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요?
진태희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원래 시험조사 이듬해에 본조사 방법론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계획은 무산됐고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자, 7년이 지나서야 다시 조사를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지난해 조사 역시 시험조사지만, 전국 1만 3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2017년 조사보다는 규모가 큽니다.
2017년 조사는 대전과 전북 일부 지역의 2천 명 유아만 대상으로 하고, 정작 서울과 경기는 빠지면서 부실한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대규모 통계로 확인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공개만 된다면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겁니다.
하지만, 현재 2024년 조사는 집계를 끝낸 상황인데 통계는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부에선 시험조사이기도 하고, "표준 오차 범위가 크게 나왔다"며 신뢰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영유아 사교육비 통계를 매년 초중고 통계처럼 발표할 거냔 질문에도,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정례화 여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결정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정작 연구용역을 진행할지조차 확정되지 않았고, 관련한 예산도 편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7년이나, 2024년이나, 여전히 뚜렷한 계획 없이 논의만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시험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고요.
진태희 기자
우선 '가정양육'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양육에는 집에서 돌보는 경우도 포함하지만,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 같은 반일제 학원 등 100%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실제 2017년 조사에서, 가정양육 중 3시간 이상 '반일제 학원'을 이용하는 유아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아이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8년 전 조사인데도 무려 89만 3천 원에 달했고, 이중 반일제 학원비로만 70만 2천 원을 썼습니다.
한 주당 반일제 학원 이용 시간만 25시간 56분, 얼추 하루 평균을 내보면 5시간 정도인데, 중학교 수업 시간과 비슷합니다.
8년 전 통계의 심각성도 이런데, 이후 영어유치원 수요와 공급이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걸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2017년 시험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중 가정양육 유아가 300명이 채 안 됐지만, 2024년 조사에서는 전체 1만 3천여 명 중 가정양육과 유치원, 어린이집 유아 비중을 비슷하게 분배했습니다.
때문에 더 정확한 결과가 기대되지만, 말씀 드린대로 공개는 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가정양육 표본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하는데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기관을 통해 조사가 가능하지만, 가정양육은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균형있게 표집되지 않을 가능성이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교육이 법적으로 금지된 36개월 미만 영아도 조사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이미 너무 어린아이들부터 사교육 시장에 뛰어 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동안 영유아 사교육비 시장이 수조 원에 달할 거란 얘기가 많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은 추정에만 기대왔다는 겁니까.
진태희 기자
네, 현재로선 공식적인 국가 통계가 없어, 개별 연구나 기관별 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마다 표본이 작고, 조사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과도 제각각입니다.
즉,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이를 정확히 보여줄 공식통계는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용 추정연구' 보고서가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유일한 지표였지만, 2017년까지만 발간됐습니다.
2018년부터는 KICCE 소비실태조사로 매년 영유아 교육비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 통계도 사교육 비용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방문형 학습지나 온라인, 문화센터 교육 같은 시간 단위로 이용하는 사교육 기관이나 서비스만 조사 대상인데요.
더 비싼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 같은 반일제 이상 학원은 빠져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통계에서조차도 사교육 이용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부도 영유아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죠?
진태희 기자
네, 정부는 재작년 이례적으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초·중·고에 집중된 대책이 많았지만, 영유아 방안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우선 유아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생에게 초1 과정을 연계하는 유-초 '이음학기'를 운영하고, 방과후 과정과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보통합 연계, 3~5세 교육과정 개정 등을 통해 공교육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책 이후 사교육비 경감 효과 역시 크지 않습니다.
방과후 과정과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더라도, 많은 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특성화 프로그램이나 방과후 활동이 사교육을 대체할 만큼의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입수한 육아정책연구소의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부모들 사이에선 "사교육보다 공교육의 질이 낮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공교육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교육 의존도는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수요가 폭증하는 사교육,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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