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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기도 방법과 참된 기도의 본질

이수완 로마노 901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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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방법’과 ‘기도’ 이수완(하상신학원 영성신학 외래교수) 필로칼리아(The Philokalia)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4-15세기에 이르는 동방 수도자들의 경험들과 영적 가르침들이 편집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Philokalia, The Complete Text, Vol. I–IV (London: Faber and Faber, 1979–1995). 한 수도승이 강둑을 걷을 때, 한 섬으로부터 어떤 이가 기도문을 외우는 큰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사람은 “우 야 후”라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수도승은“저런‘우 야 후’가 아니라 그냥‘야 후’인데, 잘못 알고 있군, 올바른 것을 가르쳐 주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가서 올바른 기도문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이 기도문을 올바로 열심히 수행하면 물위를 걷기도 하는 법입니다. 제대로 수행하십시오.”라고 타이르는 말까지 덧붙여 주고 돌아왔습니다. 몇 일 후에 이 수도승은 그 섬으로부터 기도를 낭랑하게 드리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야 후’가 아니라‘우 야 후’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수도승은 탄식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강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안개 속 강 한 가운데에서 누군가 물위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물위를 걸어 와 수도승에게 말하였습니다.“제가 머리가 아둔하여 올바른 기도문을 잊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기도문만을 열심히 드리고 있었습니다. 죄송하지만 한 번 만 더 가르쳐 주십시오.” 이 일화는 단순히 기도문을 올바르게 외우는 기술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순수한 갈망과 사랑이 진정한 기도의 핵심임을 강조합니다. 즉 이와 같은 관점은 기도 방법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방법이 기도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신앙인들이 ‘진정한 기도’를 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수많은 ‘기도 방법’들이 전수되어오고 설명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렉시오 디비나, 성무일도, 묵주기도, 묵상기도 등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도 방법들 중에서, 교회는 특별히 하느님의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성경을 중요시하였기 때문에, 다른 기도 방법들 보다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Benedict XVI, "Lectio Divina," Address to the Pontifical Biblical Commission, April 23, 2009. 를 매우 중요시 여겼고 이를 실천해 왔습니다. 렉시오 디비나라는 기도 방법은 하느님의 계시 말씀이 담겨져 있는 성경을 지속적으로 읽고(혹은 듣고), 묵상하여, 기도에 들어가고, 관상에 이끌어 지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지속적으로 읽다보면(혹은 읽는 것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감성 및 지성 그리고 의지가 움직여서 묵상이 이루어집니다. 이때 묵상하는 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영혼에게 매우 크나큰 기쁨이 되고 유익이 됩니다. 그러면 이 영혼은 자연스럽게 하느님과 기도를 깊이 있게 하게 되며, 어느 날 갑자기 하느님이 그 영혼을 이끄시어 관상에 도달하게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렉시오 디비나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도의 방법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William A. Barry, God and You: Prayer as a Personal Relationship (New York: Paulist Press, 1987), 45-46. 기도 방법은 기도를 돕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기도의 본질은 방법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드리는 이의 내면적 태도에 있습니다. 필로칼리아의 일화에서 잘못된 기도문을 외우던 이가 물위를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마음이 하느님을 온전히 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필로칼리아, “기도에 대한 이야기,” 김영석 옮김(서울: 신앙과 이성, 2003). 이는 올바른 방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기도 본연의 목적을 놓치게 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갈망이 기도의 핵심입니다. 기도의 방법이 올바르지 않더라도, 하느님께 진심으로 나아가는 이들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진정한 기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방법에만 몰두하여 내면적 변화를 간과한다면, 우리는 기도의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올바른 기도 방법으로 기도하지만, 정작 하느님과의 친밀한 만남은 경험하지 못하는 상태와 같습니다. Catechism of the Catholic Church, 2567. 따라서 우리가 기도하는 방법들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하느님만을 사랑하고 갈망한다면, 하느님에 의해서 그것이 진정한 기도가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기도의 방법들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는 앞에서 예로든 누구처럼 올바른 기도 방법으로 기도를 하지만, 물위를 걷는 어떤 이를 쳐다만 보고 있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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