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야화에서 들려드리는 옛날이야기 [박 초시의 늦둥이 아들] [착한 남자와 욕심 많은 남자] [글루스캅의 나라] 외
강원도 춘천 땅 삼악산 자락에 박 초시가 살고 있었다. 선대부터 물려받은 천석꾼 집안이었으나 손이 귀했다. 마흔을 갓 넘긴 박 초시는, 황소 같은 몸집에 배는 남산만 했다.
"아이구, 저기 박 초시가 지나가는군."
"우린 보릿고개에 먹을 게 없어 초근목피로 근근이 연명하는데 저 사람은 너무 먹어 배가 터질 거 같군."
"글쎄 말이야. 이놈의 가난한 소작인 팔자, 지긋지긋해. 얘들 배 터지게 밥이나 실컷 먹여봤으면 소원이 없겠어."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던 박 초시의 소작인들이 부러워서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거기에 모여있는 이서방, 박서방, 송서방의 걱정은 단 한 가지였다.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처자식을 굶기지 않고 하루하루 무사히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정말 힘들 때는 심성이 좋은 박 초시 덕에 굶어 죽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저들 집에는 아이들이 북적북적 한데,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식도 없으니,,, 이런’
박초시는 나무 그늘에 모여 있는 그들을 보며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갔다. 자식이 많은 그들 앞에 서면 본인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구, 이놈의 팔자, 남들 다 있는 자식 하나만 있으면 무슨 걱정이 있겠어.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딱 있으면 좋으련만."
박 초시도 독신인데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큰 걱정이었다.
-[박 초시의 늦둥이 아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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