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은 마치 전자 시대의 시인 같았다. 그의 삶은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전파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고 흐르는 것이었다. 그는 화면 속에 갇힌 픽셀들을 해방시켜, 그것들을 빛의 성좌로 변모시켰다. 그의 손길이 닿으면 무생물이었던 텔레비전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되었고, 그 깜빡임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숨결처럼 느껴졌다. 그는 기계와 인간,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며, 모든 것을 하나로 융합시켰다.
백남준의 예술은 이해하려 하기보다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는 종종 청중들에게 명확한 의미나 답을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작업은 끝없는 질문이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기술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우리는 이 흐름 속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 그의 텔레비전과 레이저, 그리고 퍼포먼스는 하나의 대화였고, 그 대화는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과 사유로 이어졌다. 그는 무질서를 사랑했다. 아니, 그는 무질서를 통해 질서를 보았고, 그것이 바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이라고 믿었다.
그의 작업실은 마치 미래의 실험실 같았다. 텔레비전이 산처럼 쌓이고, 전선과 기계 부품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그 속에서 그는 마치 연금술사처럼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하지만 그의 재료는 금속도, 돌도 아닌 전자파와 빛, 그리고 소리였다. 그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예술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고, 생명력이 넘쳤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 같았다. 낯설지만 매혹적이고, 복잡하지만 동시에 단순하게 다가오는.
그의 예술 세계는 또한 유머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진지한 예술가인지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모든 것을 가볍게, 그러나 깊이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을 무너뜨릴 줄 알았고, 자신이 만든 세계 속에서 웃을 줄 알았다. 그것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였다. 그는 전자 기계와의 대화를 사랑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그의 예술은 기계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에게 다시금 인간다움을 되찾아주기 위한 노력처럼 보였다.
그리고 백남준은 시간 속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과거를 탐구했고, 현재를 포용했으며, 미래를 상상했다. 그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전파처럼, 그의 예술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려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종종 알 수 없는 공명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울림이었다. 마치 그가 보여준 화면 속의 혼돈이 우리의 삶 속 혼돈과 교감하는 순간처럼.
백남준은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했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 우주는 미완성이었고, 그것이야말로 그의 예술의 본질이었다. 그는 완성을 꿈꾸지 않았다. 대신 그는 끊임없는 변화와 가능성을 추구했다. 그의 예술은 하나의 선언이었다. 세상은 정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고. 그의 유산은 그의 작품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https://youtu.be/G2yk3haGSZE?si=Ok1lT2DgjXneFvK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