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편성표
영화관 한편,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빛나는 스크린 편성표가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지나치며 무심코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다. 어떤 이는 짜릿한 액션에 끌리고, 어떤 이는 잔잔한 멜로드라마 속에 자신을 녹여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저 편성표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는 알 수 없다.
스크린 편성표는 단순한 시간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 조각난 타임라인 위에서 교차하는 지도다. 어느 날에는 화끈한 정사 신이 등장하는 영화가 한밤중을 점령하고, 또 어느 날에는 서늘한 공포가 새벽까지 관객을 끌어당긴다. 낮 시간대에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한 애니메이션이 자리하고, 해가 질 무렵엔 연인의 손길이 겹쳐지는 로맨스가 스크린을 채운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신의 본능을 확인하러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둠이 내리면 사람들은 더욱 솔직해진다. 늦은 밤, 외로움에 이끌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손끝엔 예매한 티켓이 아닌,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들려 있다. 스크린 속 남녀가 뜨겁게 서로를 탐닉할 때, 극장 안의 공기마저 달아오른다. 은밀한 시선들이 스크린을 따라가고, 누군가는 자신이 잊고 지낸 감각을 떠올린다.
편성표는 인간의 리듬을 읽고 그것을 조율한다. 일상에서 차마 표현하지 못한 갈망들이 영화관에서 풀어진다. 어떤 이는 화려한 조명 아래 춤추는 배우들을 보며 억눌렸던 열정을 꿈꾸고, 어떤 이는 주인공의 거친 입맞춤을 따라 숨을 죽인다. 몇몇 장면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본능은 언제나 스크린을 통해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욕망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단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우리는 감정의 깊이를 탐닉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이 암전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어떤 이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한숨을 내쉬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원하던 감각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나는 스크린 편성표를 다시 본다. 시간표 속 영화들은 마치 누군가의 내밀한 감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욕망, 사랑, 외로움, 열정.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 그 이상이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며, 스크린 편성표는 그 거울을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우리의 본능과 조우한다.
https://youtu.be/vD470DvjLS8?si=Q3zO4bDvBgpfoN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