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은 2019년 10월 31일에 방송된 <다큐 시선 - 빈곤의 그림자>의 일부입니다.
건설업 종사자에서 천막 안 노숙인으로
교통의 메카, 만남의 장소로 불리는 화려한 용산역 뒤에는 허름한 텐트와 비닐들로 형성된 천막촌이 있다. 이곳에 거주 중인 한 노숙인은 고철과 폐지를 주우며 담배 한 갑, 술 한 잔 값을 벌어 살아가고 있다. 그에게도 처음부터 노숙인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사상 최대의 금융부정 사건인 한보사태 이후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빚이 생겼다. 한 기업이 무너지면서 자신도 도미노처럼 하루아침에 쓰러졌다는 그는 연락할 수 없는 가족들에게 재산이 걸려 일말의 복지 지원도 꿈꾸지 못하고 있다.
탈북민에겐 너무 넓었던 복지 사각지대
탈북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이미 두 달이 지난 후였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고립되어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이혼한 전 남편이 부양의무자라는 이유로 이혼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구조요청은 덜컥 멈춰버렸다. 중국 국적인 전 남편과의 이혼 서류를 떼올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故 한성옥 씨는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되었다. 스스로 신청해야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는 이미 수많은 복지사가 복지 사각지대 발생 원인으로 꼬집었다. 그녀 또한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만 했고 복지 사각지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탈북민 이수진(가명) 씨는 ‘탈북 모자’ 사건이 일어난 후 매일 광화문에 있는 분향소에 간다. 중국인 남편과 이혼 후 어린 자식과 둘이 산다는 그녀는 故 한성옥 모자가 남 일 같지 않다. 故 한성옥 씨와 달리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두 사람의 생활비, 그리고 성장기의 어린이를 보살피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두 모녀의 저녁 반찬은 쌈 채소와 김, 고추장이 전부이다. 가스비를 아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라며 추켜세우지만, 딸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유를 찾아 먼 땅에서 온 그녀에겐 지금 이 생활이 너무나도 가혹하다.
✔ 프로그램명 : 다큐 시선 - 빈곤의 그림자
✔ 방송 일자 : 2019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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