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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미소리 툭 끊치고
四季花 주룩 진다
하늘엔 구름 한 자락
조을 듯 머무르고
洋銀빛 볕살이 아리는
추녀끝 빈 거미줄
― 李鎬雨, 「한 낮」 전문
(2)
낮 달,
사금파리,
물새 눈부신 죽지
절벽에 부서지는 파도의 큰 눈사태
천 년 전 계림(鷄林)을 적신
이차돈의
핏자국
― 조동화, 「흰 동백」 전문
(3)
마음의 부표(浮標)였다
삶의 신기루였다
눈을 주면
아득한 별
한줄기 빛이었다
떠도는
영혼의 돛단배
그것은 섬이었다.
― 박시교, 「행복」 전문
(4)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오후
파리 한 마리
손발을 비비고 있다
어덴지 크게 슬픈 일
있을 것만 같아라
李鎬雨, 虛日, 전문
(5)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 조운, 「석류」 전문
(6)
風紙에 바람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冊床 하나 무릎 앞에 놓아두고
그 위엔 한 두 숭어리 피어나는 水仙花
투술한 전복껍질 발달아 등에 대고
따뜻한 볕을지고 누워있는 蟹形水仙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 비친 모양 더욱이 연연하다
웃으며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숭이숭이
하이얀 장지문 위에 그리나니 水墨畵를
―이병기, 「水仙花」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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