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철저히 몸을 낮추어 모든 일을 상왕의 의견을 물어 정하였고, 신하들도 임금 눈치 보랴 상왕 눈치 보랴 각별히 긴장하며 맡은 업무를 진행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1419년 5월)
"전하~! 왜구가 충청도 비인현에 침입하여 읍성을 포위하고 민가들을 마구 약탈하였다 하옵니다."
태종은 대로하였다.
"이것들이 한동안 조용한가 싶었더니 또 기어나와 못된 짓을 하는구나!
[대마도는 본래 우리나라 땅인데, 다만 궁벽하게 막혀 있고, 또 좁고 누추하므로, 왜놈이 거류하게 두었더니, 개같이 도적질하고, 쥐같이 훔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여 은혜를 원수로 갚는구나!
내 놈들의 그 고기를 씹고 그 가죽 위에서 자기를 생각함이 여러 해이다.(세종실록 인용)]
왜구에 대한 태종의 분노가 이러하였다.
하지만 왜구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5월 12일) 황해도 해주 연평곶으로 몰려가 식량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중국으로 가는 길이다. 식량이 좀 부족한데 조선에서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조전절제사 이사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다.
"어이가 없네! 감히 약탈을 일삼은 왜놈들이 어디 와서 식량을 달라는 것이냐?"
"아.. 전일에 도두음곶(비인현의 서쪽)에서 싸움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건 우리의 의도가 아니었다. 조선군이 먼저 공격해서 어쩔 수 없이 반격만 했을 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사검은 싸움이 번져 전쟁으로 가는 것보다는 쌀 좀 주고 보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왜구 따위와 싸워서 뭐 하겠는가? 그냥 쌀 5섬과 술 10병을 보내주어라!"
그런데....
"이것들이 우리를 거지로 아나? 이걸 식량이라고 보내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