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 : 사실 서울을 벗어나기만 해도 분뇨냄새가 진동을 하고 벌거벗은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그런데 또 서울의 중심지라고 하는 곳에선 백화점이 있고. 커피를 마시는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이 상존하는 이런 느낌들이… 구보씨와 같은 인물들로 하여금 산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욕망을 불러 일으켰던 거 같아요.
이현 : 산책이라는 행위는 걸으면서 보는 행위잖아요. 걸으면서 보면서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산책자’이고 그런 의미에서 구보는 생활 속이나 일상 속에 편입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고. 제도 밖의 인물이기 때문에 도시를 자유롭게, 이방인의 시선으로 경성이라는 공간을 볼 수 있는 그런 거리의 ‘산책자’가 될 수 있었겠죠.
허희 : 문학사적으로 ‘산책자’는 특정하게 존재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산책자’에 대해서 군중이라는 개념과 대비시켜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대중에는 속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구분되는 지점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산책자’라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