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2세가 된 박정훈씨는 1년 전, 오랜세월 함께 살았던 아내와 이혼을 했습니다. 황혼이혼, 그 글자가 무슨 말인가 싶을 정도로 신경조차 쓰지 않던 단어인데 막상 이혼을 하고나니 싱숭생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정훈씨는 아내와 함께한 오랜 세월을 떠올리며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미세먼지가 없는 하늘은 유독 맑아보이는 듯 했죠. 인생은 항상 고난과 역경이 함께 따라오는 법이었지만, 그 고비를 넘어설 때마다 정훈씨는 믿음직한 아내와 자식들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몇십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이혼이라는 길을 선택했을 땐, 당장이라도 내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또 옛날 생각하고 계세요? 조금 이따가 유정이 온데요. 같이 식사하러 나가요. 사거리에 이번에 소고기 집 오픈했는데, 거기 모시고 가려고요.
나까지 신경써주느라 너희들이 고생이다.
그런 말씀 마세요. 고생은 무슨 고생이에요. 그동안 챙겨드리지 못한 마음이 커요. 엄마랑 헤어지신 것 때문에 계속 마음쓰지도 마시고요. 그렇게 될 운명이었으니까 그런거에요. 아버지 아니었으면 저희도 현실 자각이 어려웠을 거에요. 그러니 훌훌 털어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