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영감에 수익까지, MZ 뮤지션의 계획
호수공원이 멋진 경기도 고양특례시.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주택 단지 한 가운데 회색 콘크리트와 메탈 소재가 어우러진 독특한 집 한 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집의 건축주는 각각 드럼과 키보드 연주자로 악뮤, 에픽하이, 잔나비 등 유명 가수들의 세션 및 ‘소울 딜리버리’라는 밴드로도 활동하는 뮤지션 부부 신이삭, 정하은 씨다.
서울 출신 젊은 부부는 왜 연고도 없는 일산 주택가에 집을 지었을까? 10대 시절부터 지하 연습실 생활이 일상이었던 두 사람은 결혼 후 주거 공간과 연습 공간을 합치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다. 낮이든 밤이든 영감이 떠올랐을 때 바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부터 세션 활동에 악기 레슨까지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온 두 사람. 최근 몇 년 사이 세션으로 활동하는 그룹 '잔나비'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공연 횟수가 늘었고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덕분에 공연 수입 역시 급격하게 늘었다. 늘어난 수입을 다른 곳에 쓰기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부부는 그 투자의 방법으로 ‘집’을 선택했다. 남들처럼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연주 및 녹음이 전부 가능한 스튜디오를 갖춘 집을 짓기로 계획한 것이다.
본인들의 연습 및 앨범 녹음 때마다 스튜디오 대여 비용 부담도 컸기 때문에 맘 편히 아무 때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나아가 다른 뮤지션들의 녹음 장소로 렌탈을 하며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본격적으로 알아보려 하니 경기도와 서울의 땅값은 최소 4배 차이! 그래서 공연장이 많은 홍대, 망원동 등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산에 집을 짓기로 하고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에 또 다른 수익 창출을 위해 작은 카페까지 함께 만들었다.
집을 지으며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햇빛과 환기 그리고 예술적 독특함이었다. 그동안의 어둡고 습한 지하 연습실 생활의 한을 풀기 위해 지하 스튜디오도 주거 공간도 창에 각별히 신경을 썼단다. 또한 뮤지션의 집답게 거실엔 높은음자리표를 닮은 독특한 구조물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집에서도 영감을 받고 싶었던 부부.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국 같다’고 입을 모은다는데... 불투명한 미래를 환하게 열어가고자 현재를 투자한 mz 부부의 감각적인 집을 탐구해 보자.
미션 파서블, 8평 코딱집에 담긴 계획
서울 도봉구 쌍문동. 유명한 만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이름부터 정겨운 동네다. 빨간 양옥집이 늘어선 골목길을 걷다가 성냥갑처럼 좁고 길쭉한 건물을 마주한다. 처음 이 집이 지어질 때 동네 주민들은 상가건물이라고 쑥덕였다는데… 서울 한복판 16.9평 초미니 땅에 지어진 8.45평의 협소주택! 삼척 출신의 신혼부부 박용걸, 유혜민 씨의 첫 ‘내 집’이다.
건축가인 남편 용걸 씨는 지방의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다 더 경쟁력 있는 서울에서 건축가로 성장하기 위해 상경을 결심했고, 층간소음 걱정이 있는 아파트에 살기보다 좁지만, 맘 편히 살 수 있는 나만의 집을 짓기로 계획했다.
협소주택에 대해 잘 몰랐던 아내 혜민 씨는 남편 용걸 씨가 '건축 탐구 집'에 나왔던 협소 주택을 보여주며 이런 집에서 살아보면 어떻겠냐 제안했을 때 새로운 형태로 살아보는 것도 새롭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흔쾌히 동의했단다.
남편 용걸 씨가 건축가로서 배운 모든 지식의 집약체가 이 집이다. 8평이지만 결코 8평 같지 않고 넓어 보이는 마법의 설계 비법이 집 곳곳에 숨어 있다. 30평대 아파트보다 넓은 현관에 무몰딩, 단 1mm라도 공간을 아끼기 위한 마이크로시멘트 마감, 가로 세로로 확장돼 보이도록 하는 집안 모든 가구의 라인 맞춤까지, 공간 탐험을 할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인데.. 이 모든 것은 용걸 씨의 치밀한 설계 덕분이다.
그 외에 이 건물에는 용걸 씨의 또 다른 계획도 담겨 있다. 1층은 상가 임대, 2층은 본인의 건축설계사무소로 지어 임대 수익에 비용 절감까지 노린 것이다. 삼척의 부모님들은 아들 부부가 서울에 집을 짓고 건물주가 되자 그렇게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내 집 마련이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시절, 서울에 건물주가 되기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야무지게 미래를 계획한 젊은 부부의 생애 첫 집을 탐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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