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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역 K는 다행히 밥 먹을 걱정은 안 해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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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역 K는 다행히 밥 먹을 걱정은 안 해도 좋은… 도봉산역 K는 다행히 밥 먹을 걱정은 안 해도 좋았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그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그곳, 도봉산역 1번 출구 앞 벤치. 아니면 2번 출구 흡연 구역 근처. 아니면 지하철 계단 중간, 4.5번째 계단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아니면, 사실 어디에도. K는 거기 있고, 없었다. 내가 그를 보았을 땐 있었고, 내가 눈을 깜빡였을 땐 사라졌으며, 다시 깜빡이면 아주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K,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거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라이터를 딸깍 켜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이 붙지 않았다. 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불이 붙지 않는 담배를 물고 있다는 것은 마치 전구가 빛을 내지 않는 것과 같았고, 도봉산이 사실은 산이 아니었다는 것과도 같은 종류의 사건이었다. “K,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죠?” 그는 웃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먹지 않는 것.”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K는 먹지 않음 그 자체일지도 몰랐다. 도봉산역의 벤치는 먹지 않았고, 전단지는 먹지 않았고, 우리가 지나치는 수천 개의 발자국들은 아무것도 씹어 삼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K 역시, 그 흐름 속에 있었던 것 아닐까. 나는 그의 옆에 앉았다. K는 다시 담배를 문 채 허공을 바라봤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도봉산역은 그대로였고, 벤치는 그대로였고, 나는 그대로였다. “K, 당신은 어디에 있는 거죠?” 이번엔 그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사라졌다. https://youtu.be/WdLz_j4FTcc?si=hEQdp6WUvD6_BV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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