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곳으로 되돌아간다. 모두가 흙에서 나왔으니 모두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All go to the same place; all come from dust, and to dust all return.
전도서 3장 20절(Ecclesiastes 3:20)
_
‘내가 없다면, 그럼 뭐가 있을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없어진다면 대체 나는 어디에 있게 되는 것일까? 정녕 죽음인가? 안 돼, 싫어’ 그는 벌떡 일어나서 촛불을 밝히려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놀리다가, 양초와 촛대를 모두 마룻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다시 베개 위로 드러누웠다. ‘굳이 왜? 다 마찬가지인걸.’ 뜬눈으로 어둠을 응시하며 자신에게 말했다. ‘죽음이라니. 그렇다, 죽음.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가엾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길 따름이다. 저들도 아무려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다들 죽을 테니까. 바보같이. 나는 좀 일찍, 저들은 좀 있다가 떠날 뿐이다. 저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신이 났군. 짐승 같은 놈들!’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숨이 막혔다. 너무 힘들어서,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바로 이것이다!” 갑자기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기쁠 수가!”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찰나의 일이었고, 그 순간의 의미는 이제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그가 겪은 단말마의 고통은 두 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그의 가슴팍에서 뭔가가 부글거렸다. 녹초가 된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다음에는 부글거리는 소리도, 숨을 헐떡이는 소리도 점점 희박해졌다.
“끝났습니다!” 누군가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끝난 건 죽음이야’.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것은 더 이상 없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다가 한중간에 그대로 멈추더니 몸을 쭉 뻗은 채 죽었다.
_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
*플레이리스트의 음악은 모두 창작물이며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Contact ► [email protected]
Soundcloud ▶︎ https://on.soundcloud.com/iGS6WyTV51YwFt1x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