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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바이오포비아 (Poison and Biophobia)

이존아사 아방가르드 43 lượt xem 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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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 바이오포비아 (Poison and Biophobia)

나는 독을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독이 가진 개념을 좋아했다. 순수한 형태의 경고, 침범할 수 없는 선, 무심한 자연의 법칙. 독이 있는 것들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색이 화려하거나, 냄새가 강렬하거나, 반대로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자연을 경계하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독버섯을 먹으면 죽는다. 벌에 쏘이면 아프다. 뱀은 물면 위험하다. 풀잎에는 진드기가 있고, 물웅덩이에는 병균이 산다. 숲속은 위험하니까 가면 안 된다. 우리를 해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자연 속에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자연을 멀리하게 되었다. 흙을 만지지 않고, 벌레가 있는 곳을 지나갈 때는 숨을 참았다. 나뭇잎에 스치는 것도 싫었고, 꽃향기는 알레르기를 유발할까 봐 피했다. 사람들은 나를 조용히 비웃었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하지만 나에겐 이유가 있었다. 나는 다만, 독을 피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거기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자연이 우리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독을 두려워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자연이 나를 시험하는 것이 두려웠다. 생존 본능이 부족한 인간이 된 것만 같아서.

나는 자연을 다시 바라보았다. 뱀은 우리를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벌은 위협을 받지 않으면 쏘지 않는다. 버섯은 선택만 잘하면 안전하다. 자연은 원래부터 그대로였는데, 두려움을 키운 건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풀숲을 지나갈 때 망설인다. 꽃을 만지기 전에 손을 조심스레 내민다. 본능적으로, 나는 아직 자연이 무섭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그 두려움을 넘어서고 싶다. 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독과 공존할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 밤, 문득 독버섯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조금은… 덜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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