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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선생

꽃게선생

어느 날, 한 학생이 학원에 찾아왔다.
수줍게 인사를 한 학생은 조심히 자신을 소개를 했다.

00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지난 시험에서 수학 문제를 모두 찍었는데,
딱 두 문제를 맞아 8점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차라리 한 번호로 찍었으면 그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을 거라며 멋쩍게 웃는 학생의 얼굴에서 약간의 슬픔이 번져 나왔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번에 여기서도 안되면, 자기는 흔히들 말하는 수포자로 살아가야 할 거라고 말했다.
비장함과 슬픔이 묘하게 섞인 얼굴 때문인지, 내 가슴에 아이의 표정이 저며 들었다.

내 꿈은 의사였다.
의사 면허를 받자마자 아프리카로 가서 사람들의 병을 고칠 거예요.. 라고 이야기하던 나의 지난 날이,
내 앞에 앉아 있는 학생의 떨리는 목소리를 듣던 순간,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찾아온 이 학생을 살려준다면,
나의 못 다 이룬 꿈을, 지금 직업을 통해서도 이룰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시중에서 가장 쉬운 교재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나갔다.

그로부터 두 번의 시험이 더 지나고,
그 아이는 우수한 성적을 받아, 학교에서 수학 멘토가 되었고,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며 내게 이야기했다.

흔히들 말한다.
이 아이는 머리가 나빠서, 기초가 없어서, 끈기와 집념이 없어서.. 등등..

성장이 불가능한 학생은 없다.
적어도,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설명을 들으며 확실하게 개념이 정리된다면,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전교 2등부터 반 꼴찌까지 정말 다양한 성적 분포의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재밌는 사실은, 개념 강의는 모두 동일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어려운 개념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쉽고, 확실하게 개념을 설명하는 강의.
내가 손을 뻗어 만날 수 있는 학생들 외에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그 혜택이 가기를 바라며,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적어지길 바라는 작은 바람을 담아 이 곳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