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 100대 명산을 진행하는 도중 문득 합천의 허굴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전 합천 금성산을 오른 사실이 있는데 바로 앞에 있는 허굴산을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올라봐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그때의 상황이 무심코 떠올랐습니다.
아마 일본산을 오르면서 비슷한 풍광이 잠재의식 속에 묻혀 있던 그때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했던 모양입니다. 잠시 잊고 있던 그 산을 지금 오르고 있습니다.
장단리 쌍암마을 황룡선원 근처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좌측방향으로 코끼리 바위를 돌아 정상을 찍고 오른쪽 방향으로 돌면서 용바위를 거쳐 장군바위에서 하룻밤 머물고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산행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등로에서 벗어나 있는 베틀굴, 코끼리 바위 등 이곳저곳을 들러보면서 좀처럼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 찜통 여름 속에 내 몸을 맡겨 봅니다.
온몸에 땀이 차창에 미끄러지는 빗방울처럼 흐르는데 산에서 흘리는 땀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금방 말려 주기도 하고 또 당연히 동반되는 산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정상을 찍은 후 용바위 돌침대에서 잠시 눈도 붙이고 뜀 바위 놀이도 하다보니 어느새 내자신이 이 산에 동화가 됩니다. 마침내 오늘의 박지인 장군바위에 다다릅니다.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전투를 지휘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럭바위의 형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날밤 보았던 청개구리가 아직 그곳에 잘 있는지 궁금해 집니다. 어렸을적 내가 어머니로부터 많이 듣던 명칭인데 96세 노환으로 병원에 계신 어머니는 이제는 그런 말을 하실 수가 없습니다.
운무와 안개가 가득한 아침입니다. 정훈이의 안개라는 노래를 흥얼거려 봅니다. 헤어질 결심 등 여러 버전의 노래가 있는데 나는 재즈싱어 웅산이 부른 안개가 제일 좋습니다.
“... 나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