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연농의 큰 어른 한원식(1948.5.28 ~ 2019.3.3) 선생이 타계 하신지 꼭 1년이 지났다. 한 선생은 전남 순천시 승주읍의 농장에서 난로에 생나무를 태우다가 역류되어 나온 불연소된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쓰러져 혼수상태가 한 달여 계속되다가 결국 2019년 3월3일 생을 마감하셨다고 한다. 나는 순천의 자연농 유형수씨의 도움으로 2017년 4월13일에 한선생의 농장을 탐방한 영상기록을 “한원식의 자연농 현장 탐방(56:50)”으로 편집하여 소개한 바 있다. 오늘 고(故) 한원식 선생의 제1주기를 기리면서 3년전의 영상과 해설에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가해서 다시 한번 한선생의 자연농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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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순천농부 한원식씨의 자연농 소식을 알린 것(2016-02-20)이 일년이 좀 넘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간의 조회수가 4,300회를 넘었다.(꼭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니 조회수가 9,900회를 넘었다.) 그 영상은 순천에서 자연농을 하시는 유형수씨를 통해서 한원식씨의 이야기를 듣고 매혹되어 사진촬영을 부탁했고 그가 보내준 50여매의 사진을 연속 슬라이드로 편집해서 올린 것이었다. (참조: https://youtu.be/GI9texSGRWM)
그 후 일년이 지나서야 한원식씨의 자연농 현장을 찾아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좀더 자세한 영상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연락과 교통편 등 유형수씨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아서 탐방(2017-04-13)이 이루어졌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 드리고 싶다.
참으로 특이한 삶을 사시는 분이다. 이름 하여 ‘자연농적 삶’(‘natural farming, a way of life’)이라고 하면 딱 맞는 말일 것 같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도정리에 위치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에 그가 터를 잡고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온지 어언 20년이라고 한다. 그곳은 아스팔트 길을 벗어나서 비포장도로를 10분정도 더 들어가야 당도할 정도의 오지이고, 주위에는 눈에 들어오는 다른 마을 사람들의 집도 없다. 그는 여기에 들어올 때 이미 10여년간 자연농을 지어왔기에 그의 자연농법 경험은 30년이 넘는 셈이다.
한원식씨는 어떻게 해서 자연농의 길을 들어섰을까? 그의 고향은 충남 공주이다. 20대에 그는 고향에서 관행농의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배추를 재배하여 돈을 좀 벌어보려고 했지만 어느 해 긴 장마로 밭이 물에 잠기면서 배추가 모두 녹아버렸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는 배추밭의 한 끝자락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땅을 갈지도 않은 끝자락에 심어져 있던 배추는 생생하게 잘 살아있는 것이었다. 농부의 주목을 받지 않은 채 갈지도 않은 땅에 비료도 없이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면서 살아난 배추를 접한 한원식씨는 여기서 땅을 갈지 않아도 되겠다는 원리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땅속의 지렁이와 미생물 등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데까지는 당도했지만 아직 자연농이 아닌 유기농으로의 전환에서 그의 농사는 멈추었다. 유기농 배추 재배로 풍작을 이룬 해에는 또 배추 값이 폭락해서 큰 빚만 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그는 유기비료를 주는 것 그 자체도 불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작물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함께 어려서부터 온갖 병치레를 다 해온 한원식씨는 자연농과 함께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자연의학’에도 일가견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어려서 초등학교 때의 동료 중 목사가 되어 농촌에서 농목으로 봉사하고 있는 한 옛 친구의 소개로 여러 지방 교회에서 농사와 건강 관련 강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고향 공주를 떠나 경북 칠곡으로, 또 제천으로 옮겨서 자연농 농사와 강의를 계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꼭 20년 전에 현재의 순천시 승주읍 도정리에 터를 잡아 자연농에 전념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원식씨의 인생역정에 대해서는 이미 웹에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 여러 편 소개된 바 있기에 더 이상 자세하게 소개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여기서는 그 중 네 편만을 소개하겠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조하기 바란다:
* (아래 파일의 URL을 클릭하면 바로 열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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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모시고’있습니까 – ‘자연의 농부’ 한원식
* [월간 ‘전라도닷컴’(2003-12-08)에 실린 한원식 농부님의 인터뷰 기사]
https://blog.naver.com/wkdwkdy/203335100
승주 농부 한원식 선생의 자연농법과 땅 이야기 (2011.5.2)
http://cafe.naver.com/daejari/5633
* (naver 계정이 있는 분만 열어볼 수 있음)
한원식의 밥과 논 (2013.3.26)
http://cafe.daum.net/freemise/7gbX/40
순천 농부 한원식 선생님 인터뷰 (장용창)(순천 광장신문, 20호; 2014-01-02)
http://www.agor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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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식씨가 자연농을 시작하기 전에 관행농과 유기농을 하면서 그는 1,200만원이라는 큰 빗을 지게 되었다는 데, 그 빗을 갚을 방도가 없자 그는 그 해결책으로 아예 빗을 ‘떼먹기’로 작정했다고 한다. 이와 동시에 절대로 ‘거래하지 않는 삶’, 그리고 ‘남에게 꾸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맘 먹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 그의 나이가 34세. 그의 자연농, 자연의학, 자연의 삶, 생명사상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예나 지금이나 ‘거래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면서 아픈 사람에게 ‘이것을 먹어봐라 저것을 먹어봐라’는 등 적극 추천하면서 그들에게 돈 받고 보내주는 일은 일체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찾아오면 자신의 자연농적인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건강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일에 그친다고. 다시 말해서 그가 어떤 가족의 건강을 돌보는 식의 식재료 공급은 일체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그들이 찾아오면 함께 건강밥상을 차려서 나누어 먹고, 갈 때는 자신이 재배한 채소, 곡식, 과일, 효소 등을 한 보따리 싸서 나누어주는 것을 낙으로 삼아왔다고. 이런 식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선물에 방문자들도 가만 있지 않으면서 갖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었다는 것. 그의 집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지만 어떤 지인은 지붕에 집열판을 설치해주어서 이제 방안엔 호롱불보다는 약간 더 밝은 정도의 LED 등을 켤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농사 장비도 구입해주고, 더 크게는 지금까지 남의 땅을 빌려서 농사짓던 토지를 어떤 독지가가 매입해주기도 했다는 것. 이렇게 해서 그는 이제 오래 전에 ‘떼먹은 빗’을 모두 갚았다고 한다.
이번 한원식씨의 자연농 탐방 기록 중의 인터뷰에 담겨 있지만, 그의 자연농법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좀 놀랄만한 것은 그는 땅이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들 농사지을 땅을 개량하려고들 하지만, 그는 어떤 땅이든 간에 그 땅의 성격에 맞는 작물을 찾아내어 재배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 ‘이 땅에 무엇을 심어 먹을 것인가?’의 발상이 아니라, ‘이 땅이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찾아내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 가와구치 요시카츠와 최성현의 자연농을 떠올린다면 ‘자연농은 땅을 갈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선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한원식의 자연농 논에는 경운기를 사용해서 노타리를 치고 나서 모를 심는다. 그의 논농사에는 귀뚜라미와 비슷하게 생긴 ‘땅강아지’(mole cricket; 또는 땅개비)의 피해가 심하다는 것. 이것들이 땅을 파헤쳐서 그 구멍으로 논에 가두어둬야 할 물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또 두더지들이 이 땅강아지를 잡아먹으려고 땅을 파헤치게 된다는 것. 여기에 경운기로 노타리를 치면 진흙이 이런 구멍들을 어느 정도 막아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와구치와 최성현의 자연농 논은 기본적으로 밭이기에 이모작을 하지만 한원식의 자연농 논은 벼농사만의 수도작, 즉 물논(水田)이기에 물을 가두어둬야만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자연농도 지역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한원식씨의 자연농 현장 탐방(2017-04-13)의 영상기록을 5부로 편집하여 유튜브를 통해 여기에 소개한다. 제 1부는 한원식씨의 설명을 들으면서 농장 전체를 둘러보는 동영상 파일이고(여기에 올린 영상이 제1부의 영상인데 2017년의 영상파일을 수정, 보완 한 것이다. 제2부는 이 탐방에서 담은 사진을 연속사진으로 편집한 것이다. 그리고 약 2시간에 걸친 방안에서의 인터뷰/담소를 3부로 나누어서 편집했다. 인터뷰를 한 장소가 이 댁의 안방으로 마치 토굴과 같은 환경이어서 어둡다. 인터뷰 영상을 보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자연농적인 삶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들어 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어 그대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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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식의 자연농 현장 탐방_(연속슬라이드)(5:01)
https://youtu.be/2ISOWF1JHR4
순천농부 한원식의 자연농 삶_(인터뷰) #1 (29:19)
https://youtu.be/00GBoZS4Zmo
순천농부 한원식의 자연농 삶_(인터뷰) #2 (44:49)
https://youtu.be/ncMkEfJRu5k
순천농부 한원식의 자연농 삶_(인터뷰) #3 (64:46)
https://youtu.be/Nz-sOM2ys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