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하루만 사랑할 수 있다면 ]
정순돈 시인
별빛 스치고 지나간 순간에도
당신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나는 바람을 타고 당신 곁으로 가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했던
지난날 그 기억의 끝을 붙잡고
오늘 하루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대가 그래도 나 싫다 하시면
나는 계절 따라 비가 되고 눈이 되어
그대 마음에 마르지 않고 녹지 않는
눈과 비로 살고 싶습니다.
단 하루도 그대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못 잊을 인연을 위해 노래하는 새로 살고
나 당신 곁에 새벽 일찍 깨어
당신 귓가에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습니다.
그대가 그래도 나 싫다 하시면
노을빛 물든 언덕
너머로 떠나가는
그대 뒷모습 바라보며 소매 끝 눈물 털어
떠오르는 내 추억마저 가져가 주시구려,
그대가 있는 하늘 아래서 같이 살았다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었노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슬픈 눈물 이빨로 물어뜯으며 나 뒤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