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년 전부터 조금씩 룰을 받아들이며 경기 평균 30여 분을 단축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이어 올해부터는 피치클록이 우리 리그에도 정식 도입됐습니다.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투수가 시간 안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공을 던지지 않아도 볼이 선언됩니다.
타자도 시간 제한이 있기는 마찬가지.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 타격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투수와 반대로 스트라이크가 선언됩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던지려는 자와 때리려는 자, 양 쪽 모두의 초시계가 돌아가는 셈입니다.
첫 시범경기에서도 1호 '피치클록 위반'이 나왔는데요.
8일 대구에서 펼쳐진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 말 구원 등판한 SSG 랜더스의 노경은이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대타로 들어온 삼성의 양도근을 상대로 초구를 시간 안에 던지지 못하면서 그대로 '피치클록 투수 위반 볼'이 선언됐습니다.
바뀐 새로운 룰이 시범경기부터 '얄짤없이' 적용되는 것을 확인한 셈입니다.
경기 지연을 최소화해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룰. 여기엔 큰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교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피치클록은 일종의 '사전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실제 카운트를 주진 않았지만, 각 선수들이 '몇 번이나 위반했는지' 정도는 카운트에 들어갔었죠.
평균 4.62회로 가장 적게 위반한 팀은 KT Wiz였던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8.66회로 가장 위반 횟수가 많았습니다.
촉박한 시간 안에 공을 던지고 때려야 하다 보니, 피치클록은 의외의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미 나온 바 있는 ‘끝내기 피치클록’이 그 예시인데요.
9회 말, 한 점 차로 뒤지고 있던 2아웃 타석에서 타자가 피치클록을 지키지 못해 삼진을 당하며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 것입니다.
반대로 동점 상황에서 투수가 공 하나 던져보지 못한 채 패하는 '끝내기 피치클록'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극적인 장면'의 범위가 넓어진 셈입니다.
지난 28일 KBO는 10개 구단 스프링캠프 현장에 기록위원을 파견해 피치클록 관련 안내 자료를 배포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설명회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새 룰이 원활하게 리그에 안착할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촉박한 시간으로 투수 부상 위험이 높다는 지적에 KBO는 피치클록 도입과 함께 연장전 운영도 기존 12회에서 11회로 축소했습니다.
투수판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제한을 풀기도 했죠.
주자가 있을 때 투수판을 이탈한다면 잠깐 시간 계측이 멈추고, 재개 준비가 완료되면 비로소 계측을 재시작하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방금까지 마스크를 쓰고 수비에 임했던 수비 팀의 포수가 공격 상황의 첫 타자인 경우나, 반대로 열심히 주루 플레이에 임하던 주자가 공수가 교대되며 포수 장비를 차야하는 경우에는 심판의 재량에 따라 예외 시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변화와 혁신은 늘 논란을 동반합니다.
지난해 도입된 자동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 ABS.
초반에는 '그래도 판정은 심판이 해야지'와 같은 반발도 있었지만, 막상 룰이 시행되고 난 후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지난 1월 KBO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88.7%가 ABS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낯설기만 한 피치클록.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지도, 팬들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아직은 모릅니다.
언제고 피치클록이 경기의 당연한 요소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빠른 템포가 재미를 줄지, 혹은 새로운 불편함이 될지.
당장 첫 경기부터 적용될 새로운 룰인 만큼, 어찌됐든 변수는 '누가 먼저 적응하냐'에서 갈립니다.
과연 이 규칙은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까요?
피치클록도, KBO리그 새 규칙 적용의 카운트다운도 이제 째깍이기를 시작했습니다.
구성 박지윤(jypark24@ytn.co.kr)
내레이션 전용호(yhjeon95@ytn.co.kr)
제작 박현진(parkhj0826@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