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고통과 불만족을 낳는 자의식의 이면에는 그것을 극복한 깨달은 자의 마음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불교만의 통찰이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도, 인도 철학에서도, 유럽 철학에서도 참다운 나를 찾기 위해 사유합니다. 큰 깨달음을 주신 선사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참다운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는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종단이나 사상, 가르침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를 깨우치는 한 마디로 참다운 나를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주스님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해 짤막한 설명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조주록’은 참으로 깁니다. 하편도 거의 2시간 분량으로 수많은 선문답이 나오는데 하편에는 조주스님의 십이시가가 실려 있습니다. 그 게송을 들으니, 인간의 삼락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나이 들면 당연히 몸이 아프고, 나이 들면 당연히 경제적으로 힘들고, 나이 들면 당연히 공허해지는데 조주스님이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것 같아 위안을 받습니다.
소견으로 십이시가는 깨달음을 향한 게송이 아니라 생과 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을 위한 게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멋진 것 같습니다. 들으실 분은 들으시고, 굳이 들을 필요가 없는 분들은 안 들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조주록’ 상하를 완성하면서 잠시 쉬어가려고 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달려들었는데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다들 늘 좋을 일만 가득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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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ii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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