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힘들 때 정혜신TV 22화] 지금 나를 채찍질하고 있지 않은가
30살이고,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전원 2년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올해도 준비 중인 수험생입니다.
제 고민은 불과 1년도 안 된 사이에
있던 열정이 다 사그라들고 꿈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는 엄마가 세 번의 암 투병을 겪고 그러면서 느낀 감정들,
사람들한테 위로와 도움이 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이런 생각들.
그리고 결혼 후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이라는 그런 확신,
의학과 사람 몸에 대한 호기심, 개인적인 관심.
이런 것들이 같이 어우러지면서 의사가 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휴학도 하며 고민했고 제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얻은 결론입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모두 입시에서 실패하였습니다.
작년에는 면접까지 볼 정도로 잘 돼서 기뻤던 적도 있습니다.
의전원이 올해와 내년, 딱 두 번의 기회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그래서 한 번만 더 하면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다시 시작했는데
그간 준비하던 대학원의 요강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공부 계획도 바꿔야 합니다.
합격 가능성이 매우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이겨내보자 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학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동시에 부모님 관계가 악화돼서
가정의 존재 자체가 저한테는 매우 커서
올해 내내 시간을 버리더라도 부모님 사이를 풀어드리려
온 시간을 쏟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했다, 못했다 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오랜 수험 생활을 거치면서 항문 질환, 생식기 질환, 갑상선 호르몬 이상 등
이곳저곳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돌보는데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들로 저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밤이 되면 창가에서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많이 아플까?'
'부모님이 제일 먼저 발견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서 책상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살이 찌기 시작했고 몸이 무거워져서 숨을 쉬는 게 불편해졌습니다.
집중을 단 20분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무방비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지치고 힘든 것을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돼서
강박적으로 조급하게 저를 자책하고 채찍질했던 습관을 멈춰보려고 애를 쓰게 됐습니다.
저를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던 저 자신을 의식적으로 그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조금씩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마다 운동을 했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몸은 조금씩 좋아지면서 의전원 시험이 한 달 남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뭔가 내가 정상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스스로 조금씩 느끼는데
그럼에도 올해 제 입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예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애썼던 모습까지는 내가 지금 할 수가 없습니다.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부할 때 새벽에 잠이 들지 않기 위해서 서서 새벽 3시까지 공부했습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김밥만 먹었습니다.
하나라도 더 외우기 위해서 내가 말하고 녹음을 해서 등하원길에 계속 들었습니다.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나를 갈궜습니다.
모의고사 점수에 매일 마음을 졸였습니다.
시험 볼 시간을 두려워했던 제가 떠오릅니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친오빠는 제게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그런 모습이 존경스럽다고도 했습니다.
그때도 저는 항상 저를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했던 마음과 태도였고 몸이 힘든 줄도 모르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의 제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이렇게 마음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갑자기 서른 살이 되어간다는 무력감,
세상에 나아가고 싶었는데 여전히 나를 다듬어야 하고
심지어 나를 이끌어가지도 못하는 제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어떤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냥 몸이 쉬는 것만 좋아서 게을러진 건 아닌지,
예전만큼 강렬했던 마음이 좌절하는 시간을 겪으면서
마음이 꺾여진 건 아닌지, 좌절 때문에 내가 마음이 상한 건 아닌지,
언제부턴가 모든 일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공부만 해서 세상 경험이 적어서
잘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만큼 나름의 사고가 있을텐데
부정을 많이 당하고 나니 제 스스로 확신이 안 듭니다.
시험으로부터의 부정, 엄마 아빠 사이를 힘들 만큼 내가 도왔지만
더 이상 노력할 마음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두 분에 대한 내 노력에 대한 부정,
내가 뜨겁게 감정을 나누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 사람에 의한 부정,
그 상황에 나를 믿어주는 내 편인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부정,
내 건강으로부터의 부정,
내 노력을 도대체 실현해볼 수 없는 시국으로부터의 부정.
이런 거로부터 부정당해서 지금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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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죽을 둥 살 둥 필사적으로 견디고 여기까지 왔는데
자기한테 게으르다고 몰아붙이고 그랬네요."
"그러게요. 내가 나만 가지고 닦달을 했었네요."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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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TV 시즌2에서는 '내 마음이 힘든 상황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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