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 이름도 없는 오름과 연이 되어 목화 농사꾼의 길을 택한 남자가 있다. 패셔니스타인 보람 씨에겐 이곳이 둘도 없는 천혜의 쇼룸이 될 것 같았다. 갈대와 메밀이 가득한 가을 오름 위, 미국에서나 볼 것 같은 통나무 농막에서 작업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근사한 점프슈트를 입고 나타난 한 남자, 그의 직업은 바로 청년 농부다.
패션마케터에 모델 일까지 제 일하는 무대에서 나름 입지를 다진 보람 씨가 의문을 품었던 건 왜 그 패션의 모든 원재료가 메이드인 코리아가 아닐까 하는 것. 그래서 도전한 것이 제주 오름에서 짓는 목화와 린넨 농사였다.
그가 꿈꾸는 것은 직접 키운 목화와 린넨으로 실을 뽑아 천을 만들고, 그 원단으로 직접 디자인한 옷을 제작하는 것. 그 청운의 꿈 이루기 위해 보람 씨는 오늘도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제주의 낮은 오름 돌밭에서 시작한 농사는 4년째 별 수입이 없지만, 그저 내가 좋으면 그만.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나를 위해 가꾸는 농장을 만드는 게 보람 씨의 농사 철학이다.
힙한 농사의 정석을 보여주는 목화 오름에서 하얀 솜이 몽글몽글 목화밭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보람 씨는 누구보다 반갑게 가을이 오는 걸 실감한다.
이제 곧 노력의 결실이 빛을 발할 시기, 이 낭만주의 농사꾼의 밭에도 이제는 진정한 꽃이 피길 기대한다. 낭만을 가꾸고 수확하는 그만의 판타지 월드, 목화 오름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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