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허기란 단순한 공복감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틈이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가득 차지 않는 공간, 존재와 부재의 경계선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흔드는 공명이다. 허기가 찾아올 때, 우리는 그 틈 사이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빈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단순히 배고픔의 신호가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외치는 신음이다. 그러나 그 부족함이란 무엇인가? 음식인가, 사랑인가, 의미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섞여,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처럼 우리를 삼키는 것은 아닐까?
길을 걷다가도, 낯선 사람의 눈빛 속에서 허기를 본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의 눈은 무언가를 갈망한다. 손에 쥔 커피 한 잔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기. 그것은 타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내부에서도, 매일같이 요동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배고픈 것은 진정 무엇 때문인가?
어떤 이는 허기를 외면한다. 바쁘게 움직이고, 끝없는 일정을 채워 넣는다. 허기는 그럴 때 잠시 고요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밤이 오고, 모든 소음이 멈춘 순간, 허기는 다시 찾아온다. 고요 속에서 더 크게 속삭이는 소리로.
“너는 여전히 나를 채우지 못했다.”
어떤 이는 허기를 사랑한다. 채우지 못하는 공간이 존재의 증거라고 믿는다. 완전하지 않기에 계속 움직이고, 갈망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허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멈췄을 것이다. 우리가 완벽해지는 순간, 삶은 끝난다. 허기는 우리를 깨우고, 더 먼 곳으로 이끌며, 매 순간을 날카롭게 만든다.
허기는 결국 우리의 영혼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벗어나라는, 더 넓은 세계를 보라는,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또 묻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허기를 피하지 말자. 그것을 마주하고, 그 끝없는 갈망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찾아보자.
허기는 우리 안의 가장 고요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목소리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https://youtu.be/0UFu9hJKgiY?si=q-SHACAcPUdo0B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