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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벽지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이존아사 아방가르드 134 lượt xem 6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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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벽지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벽지는 오래전에 갈라졌다. 균열은 처음엔 얇은 실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뱀처럼 뻗어나갔다. 벽지가 허물어질 때마다 안쪽에서 알 수 없는 색이 배어 나왔다. 피처럼 붉은 것도 있었고, 썩은 이끼처럼 초록빛을 띠는 것도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때였다. 벽 틈에서 나온 한 마리의 나비. 날개는 반쯤 찢어져 있었다. 처음엔 벽지에 인쇄된 그림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먼지 같은 가루가 흩어졌다. 형체는 불분명했지만, 색깔만은 이상하게 선명했다. 핏빛이 도는 주황, 독이 오른 푸른빛, 그리고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검정.

나비는 벽지의 찢어진 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것을 잡아당기는 듯했다. 나는 손을 뻗었다. 그런데 손끝이 닿기도 전에 나비는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마치 벽과 하나가 된 듯,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갈라진 벽의 틈바구니에서 푸드득거렸다.

벽지는 나비를 삼키려는 듯이 점점 더 벌어졌다. 그 안에서 어두운 틈이 보였다. 틈 너머엔 공간이 없었다. 공허가 있었다. 나비는 거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었다. 나비를 구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그것은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찢어진 벽지와 죽어가는 나비를 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장면이었다. 언젠가, 나도 저 나비처럼 저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가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저항할까? 아니면, 그저 나비처럼 허공에 날갯짓하며 사라질까?

그때, 벽 틈에서 또 하나의 나비가 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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